해외여행 알맹/17 쿠바 여행

비내리는 올드카 투어, 쿠바 마지막밤

알맹e 2017.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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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2일 쿠바 여행 DAY 9


2017. 8. 10 (목)

아바나(La Habana)


오늘의 일정

모로요새(Morro Castle) - 엘 찬츄에로(El Chanchullero) 점심식사 - 산호세 공예품 시장 - 에스꼬리알 카페(Cafe El Escorial)  - 시가 구입 - 럼 구입 - 올드카 투어 - 저녁식사



(앞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쿠바에 가면 올드카 투어는 꼭 해봐야지!

쿠바에 오기 전에 생각한 몇 안되는 계획 중 하나였다.


올드카를 타고 아바나(하바나)의 주요 관광 스팟들을 한 시간 동안 돌아보는 코스다. 그렇기에 아바나 일정 초반에 하는 게 좋은 듯 하지만, 우린 어쩌다 보니 여행 마지막에서야 하게 된 올드카 투어. 



기념품으로 산 시가랑 럼을 숙소에 두고 가벼운 몸으로 나와 올드카 물색에 나섰다. 


올드카 투어를 할 사람은 어렵게 수소문할 필요 없이 까삐똘리오 옆에 있는 중앙공원에 가보면 된다. 형형색색의 투어용 올드카들이 중앙공원 주위를 쫙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취향대로 원하는 차만 고르면 된다. 


<윗 사진들은 다른 날 낮에 찍었던 사진>

빨강, 파랑, 노랑, 핫핑크, 주황...온갖 채도높은 오픈카들이 널려있다. 


우리도 어떤 차를 고를까 고민 좀 해볼까 했는데 고민할 틈을 1초도 주지 않고 호객꾼들이 쉼 없이 들러 붙는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다가와서는 정신 없이 말 시키고 호객하는 통에 혼이 달아날 지경...


일부러 멀찌감치 길 건너에 서 있었는데 길 건너까지 쫓아와서 난리다 ㅠㅠㅠ 투어도 하기 전에 급 피로해진 우리는 호객꾼들을 요리조리 피하다 결국 한 빨간차를 낙점하고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다가갔다. 차에 가까워질수록 더 우글우글해진 호객꾼들.....


우리가 빨간 차를 타겠다고 하니 드디어 떨어져 나갔다. 결국 문제는 우리의 결정장애였나...


빨간 차 기사 오빠는 대뜸 한 시간에 45쿡을 불렀으나 우리가 누구인가..... 다 알고 왔소이다. 기사 말을 무시하고 30쿡을 불렀다. 기사는 황당하다는듯 오버액션을 하며 완강하게 거부하는 듯 했으나 흔들림 없는 우리의 모습에 결국 30쿡에 오케이 하고는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쿠바 온 첫날 정독한 정보북 덕에 흔들리지 않고 흥정할 수 있었다ㅎㅎㅎ 역시 한국인의 정...) 




이렇게 1950년산 쉐보레에 탑승하게 된 우리. 뒷 자석문이 따로 없기 때문에 뒷좌석에 타려면 앞 좌석 문을 열고 앞 좌석 의자를 앞으로 젖힌 후 타야 한다.


투어용 차들은 오픈카라 태양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해가 쨍쨍한 오후 1시~5시는 피해서 하는 걸 추천. 우리도 일부러 오후 6시가 넘어 투어를 시작했다. 



출발!!

아직 투어 초반, 기사 오빠는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느냐, 살사 좋아하느냐는 둥의 말을 하며 첫 번째 코스인 차이나 타운으로~


올드카 투어는 까삐똘리오 앞에서 출발해서 차이나타운 - 혁명광장 -베다도 - 존 레논 벤치 - 나시오날 호텔 - 말레콘을 쭉 달려 주요관광코스를 한바퀴돌아 아바나로 돌아오는 한 시간 코스. 어떤 올드카를 타나 코스는 거의 똑같음.




우리가 투어를 여행 마지막날 했기에

투어로 가는 코스들이 이미 눈에 익숙한 곳들이었다. 이미 아는 곳들이라 설렘은 없었지만, 오픈카 타고 기분내면서 이 때까지 갔던 곳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훑어봤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집에 돌아간다. 이제껏 여행한 여행지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던 쿠바에서의 일들이 주마등 스치듯 지나간다. 


여행이 끝나서 아쉽다고 해야 할까, 아님 여행준비하며 봤던 어떤 쿠바여행 블로거처럼 '드디어 쿠바를 탈출'한다고 해야 할까.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그런 생각 와중에도 7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차를 보면서 연신 신기해하는 우리


오래된 차인데 아무리봐도 수동 차에 있는 클러치가 없어 훈녀랑 나랑은 둘다 이 차가 자동이냐 수동이냐를 두고 이야기 하는데, 우리 대화를 눈치 챈 기사오빠가 "오토매틱"이라는 말로 우리 대화를 종결지음 ㅋㅋㅋ


오래된 차는 무조건 수동일거라는 편견이 무참히 깨지고...




올드카투어 기사오빠는 가이드처럼 새심하게 장소에 대해 설명해 주진 않고, 유명 장소를 지나칠 때 마다 간단하게 "여긴 어디야~" 정도로만 설명해줬다. 중국인이 없는 '차이나 타운'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올드카 느낌 느껴보라고 짧은 영상 하나 첨부!

 




수영복 자국대로 타버린 내 목만 보이는 셀카. 쿠바에서 탄 자국이 네 달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게 문제 ㅠㅠㅠ 타도 예쁘게 안 타고 더럽게 타서 어디 내놓고 다닐 수도 없는게 문제





어제 본 체 오빠와 시엔푸에고스 오빠를 또 만났다. 혁명광장은 제일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10분 정도 정차했다가 간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어제 여기서 징하게 사진을 찍고 왔던 관계로 돌아보는 건 패쓰~


자동차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기로 했다.




기사 오빠가 자진해서 우리 둘 사진을 찍어주고, 남은 시간은 우리끼리 사진 찍으며 놀았다.





동생한테 이 사진 보냈더니 쿠바에서 렌트해서 다녔냐며 놀라워했다. 니 누나 이런 차 운전 못해 이 놈아. 몰고다니다 길 한가운데서 시동이라도 꺼지면 어쩌려고 이런 차를 렌트 하겠니 ㄷㄷ





나보다 훨씬 나이들었지만 예쁜 거 하나는 작살이던 차를 배경으로 신나게 사진 찍고 있는데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왜 하필 지금인가요 ㅠㅠㅠ

오픈카 투어하는데 꼭 지금이어야 하나요 ㅠㅠㅠ


달리는 차에서 우산을 쓸 수 도 없고 (ㅋㅋㅋㅋㅋ) 오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투어는 계속 진행된다. 아직 30분은 더 남았는데.... 손받침으로 얼굴이라도 가려본닼ㅋㅋ큨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기사 오빠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우릴 존 레논 벤치 앞에 내려주고는 차 뚜껑을 덮기 시작했다. 60년 넘은 차가 버튼 하나로 자동으로 뚜껑이 닫힐 리는 없고, 차를 잠깐 세운 후 수동으로 뚜껑을 닫는다. 어쨌든 뚜껑이 닫히는게 어디여....


하마터면 빗물로 세례받을 뻔...


비 피하느라 쿠바에 왜 존 레논 동상이 있는지에 대해선 궁금해할 겨를도 없었다는...




차 뚜껑이 닫힌 관계로 창문으로 시야확보가 안되어 앞 좌석으로 옮겨탔다. 넓은 뒷자리는 얼마 이용해보지도 못한채 기사오빠, 훈녀, 나 셋이 앞좌석에 낑갔다.




빗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리는 차 안에 앉아 운치 있.......기는 개뿔.... 

안 보여....안보인다구 ㅠㅠㅠㅠㅠㅠㅠㅠ우기인 것 치곤 의외로 비를 별로 안 만났다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찐하게 만나기 있기 없기?



비가 와서 어떻게 사진을 남길까 고민하다가 타임랩스를 하나 찍어봤다. 어제 왔었던 말레꼰을 지나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면서 올드카 투어는 끝! 날씨가 정말 아쉬웠지만 어쨌든 이렇게 오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올드카 투어는 여행말미보다는 여행 초반에 한다면 좀 더 좋을 것 같다.



<숙소 근처 이름 모를 식당>



남은 와이파이 다 쓰고 가기 위해 파케 호텔 로비에 죽치고 앉아 인터넷 좀 쓰다가 숙소 근처 분위기 좋아보이는 식당 들어가 마지막 식사.


<쿠바에서의 마지막 모히또를 포기할 순 없지!>





사전정보 없이 분위기만 보고 들어갔으나 맛이나 가격 왠만큼 선방해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훈녀와 이번 여행, 그리고 다음 여행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알고지낸지 9년이 되었으나 12일이나 함께하는 여행은 처음해본 훈녀와 나. 여유낙낙한 휴양지가 아니라 다소 힘든 쿠바를 함께 여행하게 된지라 어떨까 참 궁금했는데, 툴툴거리는 나를 잘 받아준 훈녀 덕에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장 한 달을 쉬던 쿠바여행 포스팅을 훈녀의 독촉 덕분에 마칠 수 있었기도 ....ㅎㅎㅎ


이 포스팅이 쿠바여행 마지막은 아니고, 한 두편 더 올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뿅


<알맹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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