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알맹/17 쿠바 여행

D4. 쿠바 트리니다드 여행 :: 수다쟁이 비아술 아재들; 배꼽 잡는 탑승기

알맹e 2017.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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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2일 쿠바 여행 DAY 4

2017. 8. 5 (토)


 

오늘 일정


숙소 조식 - 히론 비아술 터미널 - 트리니다드 비아술 터미널 - 숙소 - 시내구경(마요르 공원, 수공예품 시장, 혁명박물관 앞) - 라 깐찬차라(La Canchanchara) - 골목구경 - 와이파이 공원 - 마트 - 숙소 - JazzCafe 저녁식사 - 까사 데 라 뮤지카 살사공연 관람 - 동굴클럽


* * *


  어제 저녁먹고 잠깐 누워 있는다는게, 8시부터 쭉 자서 아침 7시 20분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그만큼 물놀이의 여파는 엄청난 것....ㅎㅎ  빨갛게 익은 내 등과 어깨는 옷이 스칠 때마다 따갑다. 속옷 입기도 힘이 들만큼...



황훈녀와 잠시 회의를 열었다. 히론을 아침 일찍 떠날 것인가, 어제 예약한대로 오후 2시 반 차를 타고 떠날 것인가.... 



어제 예약할 때만 해도, 오늘 오전에도 물놀이를 한 번 더 할 것을 염두해 놓고 두시 반 비아술을 예약한 거였는데, 너무 피곤해서 물놀이 두 번할 컨디션이 아닐 것 같기도 했고 또 오후 차를 타면 트리니다드에 도착하는 시간이 애매해서 여행하기가 어중띠기 때문이었다.


훈녀와 나는 둘다 결정장애 환자였으므로 서로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며 배려(?)하기를 몇 차례 거듭한 후 결국 아침 일찍 떠나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오전 시간 비아술 버스에 자리가 있나하는 것이었는데, 이 차는 히론이 첫 출발지가 아니라, 아바나에서 오는 차였기 때문이다.




일단은 8시가 되었길래 조식을 먹으러 옴. 야외 테이블에 차려진 조식~

커다란 보온병에 담긴 진한 커피, 빅사이즈 모닝빵, 찐~하고 시원한 망고쥬스, 수박, 애플망고, 망고쨈, 버터, 오믈렛이 나왔다.


쿠바에서 행복했던 것 중 하나는 아침마다 까사에서 과일 찐~하게 들어간 밀도높은 열대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주스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하..... 포스팅 하면서 여행을 계속 되새김질 하다보니 쿠바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아련아련 해지면서 쿠바가 또 가고싶어질라 그런다 ㅠㅠ 이게 바로 인도병의 자매품인 쿠바병?? 


 



넘나 입에 안맞았던 어제 저녁과는 달리 아침은 맛있게 먹었다. 


 



내가 묵었던 까사들에선 꼭 이 회사 잼을 주더라 ㅎㅎ 이건 망고잼!! 




조식 먹고 모야 아저씨한테, 아침 비아술을 탈 수 있을지 어떨지 물어보니, 아저씨는 완전 단호박으로 '탈 수 없다'에 거셨다. 아저씨 말을 듣고 주저 앉기엔 여기서 할 것도 마땅치 않으므로 우린 짐은 까사에 둔 채 걸어서 비아술 터미널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정겨운 시골 마을 풍경이다.

 


말과 자동차, 자전거, 자전거택시가 모두 함께 다니는, 왕복 2차선...그러나 마을에서 가장 큰 도로. 도로는 말똥으로 얼룩져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ㅎㅎ

 


서울촌에서 나고 자란 서울 촌사람은, 진짜 촌이 마냥 신기하다. 자유 방목되어 있는 닭들이 새벽 5시 반 쯤이면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ㅎㅎ 






맵스미가 우리를 지름길로 안내했다. ㅎㅎㅎ 포장된 도로로 가면 빙 둘러가야 하지만 비포장길로 가면 질러가는게 가능했다. 손엔 각자 선풍기 하나씩 끼고서 비아술 터미널로 고고


 말똥 지뢰는 조심 또 조심!!




비아술 사무실로 오니 어제 그 걸크러쉬 직원 언니가 우리를 알아봤다. 


다행히 자리가 조금 비어서 10시 15분 비아술을 탈 수 있다고 한다 ㅠㅠㅠ포기하지 않고, 와본 보람이 있다 ㅠㅠ 아직까지는 나름 잘 풀려가고 있는 나의 쿠바 여행.


그라시아스!


이름을 올려 놓고, 짐 가지러 다시 숙소로 갔다. 숙소 앞에선 택시 잡는게 힘들어서, 터미널 앞에 서 있던 자전거택시 아저씨와 이야기해서 터미널-까사-터미널 왕복을 인당 2쿡에 타고 가기로 함.


 



자전거택시엔 아무리봐도 짐 실을 공간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캐리어를 실어야 하나 했는데, 운전석에서 긴 끈을 하나 꺼내오더니 저렇게 뒷꽁무니에 매달아준다 ㅋㅋㅋ


자전거택시지만 빵빵한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짐을 싣고 터미널로 돌아감




<길가에 무심한듯 세워져 있는 1957년산 쉐보레. 쿠바에선 흔한풍경>



짐들고 오니 우리 앞 순번인 다른 승객들 표부터 먼저 발권해주느라 우린 젤 마지막에 탔더니, 남은 자리가 기사 아저씨 바로 뒷자리 두 개 뿐이었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앞자리에 앉아 재미난걸 많이 봤다 ㅋㅋㅋㅋㅋ 평생 잊지 못할 시외버스 탑승기일거라 확신할만큼 !!!


버스 한 대에 기사가 두 명이라니...... 버스 기사들에겐 최고의 근무환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안 하고 있는 걸 쿠바에서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 기사 두 명인게 놀랍긴 놀라워도, 이게 뭐가 재미난 걸까 하시겠지만 ㅋㅋㅋㅋ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능


* * *

* *

*

1. 우선 이 아저씨들 수다가 엄청 심하다 ㅋㅋㅋㅋ 히론에서 트리니다드까진 세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데, 가는 내내 끊임 없이 수다를 떠신다. 황훈녀랑 나도 세 시간씩이나 수다를 떨진 못하는데 이 아저씨들은 가는 내내 아줌마들 마냥 이야기가 끊이지 않음 ㅋㅋㅋㅋ 아바나에서 히론까지 이미 세 시간을 달려오셨을텐데 그럼 대체 지금 몇 시간째 이야기 하는거?ㅋㅋㅋㅋㅋ 


<사진에 없는 다른 아재는, 출입문옆 보조 의자에 앉아계심>


운전하면서 한 손으론 저런 화려한 제스쳐까지 곁들여 가면서 열심히 수다중ㅋㅋㅋ얼마나 재미나게 수다를 떠시던지, 내가 스페인어만 할 줄 알면 대화에 끼고 싶을 정도 


지금보니 차선 물리면서 가고 있자나ㄷㄷㄷㄷ 여기 왕복 2차선 도로였는데 힉 (다행히 도로에 차가 거의 없었음)


2. 달리는 차에서 운교대를 하던 쇼킹한 아재들 ㄷㄷㄷ.....차가 출발한지 겨우 10분 쯤 지났나, 두 아재가 갑자기 운전교대를 했는데, 교대를 하는 와중에도 차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전하던 아재1이 변속기를 D에 그대로 둔 상태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유롭게 바지 한번 추켜 올리고는 보조석에 있던 아재2와 운전교대를.....ㅋㅋㅋㅋ물론 교대하는 짧은 순간에도 수다는 계속된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교대하고 다시 10분쯤 지났나??? 또 교대를 하셨다 ㅋㅋㅋㅋ 물론 차는 여전히 굴러가는 중.... 


쇼킹한 교대가 두 번 연속으로 이어지자 첫 번째 교대에서는 여유로운 척하던 옆자리 서양인 눈에서도 동공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뒷자리 사람들은 버스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난 아직도 궁금하다. 왜 출발한지 30분도 안돼서 달리는 차 안에서 두 번이나 교대를 한건지...


3. 아는 사람 만나면 거리낌 없이 차를 세우던 아재들


운전 교대를 할 때도 절대 세우지 않던 차를 도로 한 가운데서 갑자기 세우던 아재1. 

뭔가 싶어 밖을 보니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한 아줌마. 차문 열고 뭐라뭐라 정겹게 수다를 떨더니 잠시 후 출발. 아는 사람인가보군 하고 가이드북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좀 달리다가 또 차를 세우는 아재. 이번엔 버스 문앞으로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또 차문 열고 반갑게 대화. 그러더니 다시 출발.

이게 끝이 아님. 마지막으로 또 차를 세우더니 어떤 가게에서 도시락을 받아오던 아재2 ㅋㅋㅋㅋ


우리나라는 애초에 고속도로 주행이라 도로중간에 차 세우지도 못했겠지만.... 만약 기사가 중간에 차 세워놓고 아는 사람이랑 얘기하고 하면 분명 컴플레인 들어왔을거다 ㅋㅋㅋ   


4. 달리는 차 안에서 도시락 까 먹기



아직도 비아술 얘기가 끝이 안났다 ㅋㅋㅋㅋ

 

도시락을 받아 차로 돌아온 기사아재2는 이내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밥과 반찬이 가득 들어있던 도시락을 들고 야무지게 식사하던 아재2. 식사하면서도 쉴새없이 수다가 이어짐.




1,2,3번을 다 겪으면서 웃음을 참던 나는 그만 도시락에서 빵 터지고 만다ㅋㅋㅋㅋㅋ

큐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도 생각하니 넘나 웃긴 것

 

<수다는 계속된다. 미러썬글라스가 인상적이었던 아재2>


이제껏 계속 수다 삼매경이었다가 빵 터진 나와 훈녀의 웃음소리에 이제서야 우리의 존재를 인지한 아재2. 우리한테 급 관심을 가지는 바람에 쪼끔 곤란해졌다.


"어디서 왔어?"

-꼬레아~


"북한? 남한?"

-남한!


"너네 자매니?"

-아니, 우린 친구야~


"너네 예쁘다. 정말 예뻐!!"

(**쿠바에선 거의 추임새 수준인 대사)

-고마워


"내 자리(보조석)에 앉아볼래?"

-아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에이 그러지 말고 커몬커몬 ㅋㅋ"

-아니야, 난 괜찮아 ㅠㅠㅠ



나한테 자꾸 자기자리에 앉으라면서 끈질기게 말붙여서 계속 거절하다가 나중엔 풍경보는 척 하면서 못들은 척했다 ㅋㅋㅋㅋ 근데 내가 진짜 풍경이 멋져서 보는 줄 알고,


"내 자리가 더 경치 좋아~Come here~~~"

-아니, 됐다구ㅠㅠㅠㅠ



황훈녀는 한술 더 떠서, 내가 저기 가서 앉으면 자기가 사진 찍어주겠다면서 이 상황을 즐겼다 ㅋㅋㅋㅋ  사진 찍어준다는 말에 하마터면 진짜 가서 앉을 뻔 ㅋㅋㅋ 다행이 잘 참아냈다(?) 

내가 진짜 가서 앉았으면 더 배꼽잡았을텐데 ㅋㅋㅋㅋ




<터미널 안에 걸려있는 피델 카스트로 할배 액자>



 휴ㅋㅋㅋㅋ 이상 배꼽 잡는 세 시간여의 비아술 탑승기였다. 


<아니...>


중간에 시엔푸에고스에 잠시 들렸다가 거의 두시가 다되어 트리니다드에 도착한 버스. 아담한 터미널이 우릴 반겨준다. 내리자마자 에어컨바람이 싹 걷히면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트리니다드는 체감 아바나보다 더 더웠던 것 같다.


우린 이틀 후에 바라데로 가는 비아술을 예매해놓고 숙소를 구하기로 하고, 터미널에 들어가 줄을 섰다. 작은 대합실엔 예매 담당 직원 달랑 1명과 체크인만 해주는 직원 1명만 있었기에 일처리가 매우 느려서 35도나 되는 더위에 땀쏟으면서 30분여를 줄 서 있어야 했다. 


우리 뒤에 있던 캐나다 아줌마도 힘들었던지 뭐라뭐라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아줌마가 

"It's Cuban style."이라며 우문현답을 내려주었다. 그렇지, 여긴 쿠바지 ㅋㅋ




줄서서 기다리기 지루해서 엄마한테 '덥긴 한데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그렇게 덥냐면서 칼답이 왔길래 지금 여기 기온이 35도라고 보내니, "딸, 서울도 지금 35도야"라는 충격적인 답변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충격인건 30분을 줄서서 겨우 내 차례가 되었는데, 내일 모레 바라데로 가는 비아술이 올매진이라는 비보가 ㅠㅠㅠ 너무 놀라서 "all the time?" 하고 물으니, 그렇다면서 원하면 대기자명단에 넣어준다 하길래 그거라도 넣어달라하고 나왔다.

우리가 버스를 탈 수 있을지는 모레 아침에 터미널에 와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흐..


이젠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트리니다드는 돌길이 많아서 밑창 얇은 신발 신고 오래 걸으면 발이 아프다>



일단 자전거택시를 타고, 차메로 아저씨네로 가보기로 했다. 차메로 아저씨에 대한 칭찬과 아저씨네 저녁식사가 그리도 맛있다고 정보북에 칭찬이 자자 하길래 무턱대고 그리로 향했다.




361번지 앞에 우릴 내려준 기사 아재는 여기가 차메로네라고 했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문에서 상의를 시원하게 탈의한, 배나오고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한 명 나오더니 우리를 보며, 얼른 들어오라고 반겨주었는데, 이 아저씨가 바로 우리의 트리니다드 은인(!!) 차메로 아저씨였다.


하도 차메로 차메로 해서 어떤 사람인지 진짜 궁금했는데, 첫인상은 상의탈의의 충격으로 인해 다소 강했다 ㅋㅋㅋㅋㅋ 쿠바 후기에도 썼지만, 쿠바는 너무 덥기 때문에 상의를 탈의하고 골목을 배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첫인상은 좀 강했지만 처음 본 우리를 친구처럼 반겨주던 아저씨에게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는 과연 차메로 아저씨네서 묵을 수 있을 것인가 



분량상 뒷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알맹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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