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알맹/17 쿠바 여행

D5. 쿠바여행 트리니다드 ::(1)다리 떨리는 승마 체험 / 사탕수수주스

알맹e 201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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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2일 쿠바 여행 DAY 5

2017. 8. 6 (일)


 

오늘 일정


숙소 조식 - 승마 체험(9시~13시) - 점심식사 - 숙소 휴식 - 저녁식사 - 까사 데 라 뮤지카


* * *


어제에 비해 완전 단촐한 오늘의 일정 ㅎㅎ


일정이 이렇게 심플해져버린건 바로 승마 체험(Horse riding) 때문입니다. 사실 전..... 승마를 '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느꼈던 사람인데요...


왜냐...

이제껏 승마라고 하면 제 머릿속엔, 말 위에 앉아서 손만 까닥(?)하면 알아서 가는데 이게 말한텐 운동이 될 지언정 사람입장에선 무슨 운동인가 하는 무식한 생각이 들어있었거든요;;; 그래서 홈쇼핑에서 승마 운동기구 팔 때도 뭐 저런걸 파나 했거든요???


근데 승마가 정말 운동 맞더라구요..... 말 두 시간 타고 지쳐서 하루종일 뻗었으니까요 ㅠㅠㅠ

그럼 오늘은 쿠바 트리니다드에서의 승마체험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엄청 세세하므로 ㅎㅎㅎ 미리 '자세함 주의' 경고를 드립니다 ㅋㅋㅋ



(앞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어제 동굴클럽에서 돌아오니 새벽 두시. 땀에 찌들어서 새벽이었지만 머리를 감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다 말리지도 못하고 자버렸다. 오늘은 승마투어를 예약해놓았는데, 아침 9시까지 차메로 아저씨 집 앞에서 집합하기로 했다.


8시에 일어나 썬크림으로 중무장 하고 조식먹으러 까사 식당에 앉았다.



역시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망고 ㅎㅎㅎ  식사를 마치니 집합시간이 다되어서 부랴부랴 차메로 아저씨네 까사 앞으로 갔다. 그래봐야 숙소에서 10초거리 ㅋㅋㅋ


아저씨네 까사 앞에 가보니 문앞에 웬 말 한마리와 말에 연결된 달구지(?)가 하나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난 이게 내가 타고갈 교통수단(!)이라는 걸 모르고, 왜 남의 집 문 앞에 말 달구지를 파킹해서 진로방해하고 그러냐 생각하던 참이었다. 

말달구지를 스쳐지나 아저씨네 문앞에 서니 아저씨가 우리를 반기면서 왠 카우보이 모자 쓴 아저씨와 대화하고 계셨다. 카우보이 아저씨가 자기 친구라고 소개하며, 오늘 말투어 잘 하고 오라고 하셨다. '아~ 카우보이 아저씨가 말투어 해주시는 분인가 보군'





넵! 근데 우리 말 어딨지??? 말 투어인데 왜 말들이 없지?? 

아~ 말 타는 곳이 여기서 좀 멀어서 차 타고 이동하는건가??

생각하고 있는데, 카우보이 아저씨.....아니 홀스(horse)보이 아저씨가 우리를 숙소 앞 그 말달구지로 안내한다. 여기 타란다. 


<달구지 사진은 모두 동영상 캡쳐한 것>


응????!!!!!!

말 투어면 인당 말 하나씩 타고 가는거 아닌가?? 쿠바 승마는 이렇게 말 달구지 뒤에 타고 투어를 하는거였나??(ㅋㅋㅋㅋ) 하고 멘붕이 올 뻔 했는데, 다행히 이 달구지는 말 있는 곳까지 데려가줄 교통수단(!)이었다. 말투어 픽업으로 말이 오는 센스 ㅋㅋ


그리고 우리가 달구지에 타기 전 달구지 앞에 왠 소두소두한 젊은 남자가 한 명 서 있길래

이 사람도 우리랑 같이 투어하는 일행인가? 하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오늘 우리를 가이드해줄 사람이라고 했다. 소두 청년의 이름은 오리엔테

홀스보이 아저씨가 오리엔테의 고용주였군


<우리가 탔던 달구지>


짧은 인사를 나누고 우린 생각보다 높이가 높았던 말 달구지에 올랐다. 출발하는데 깜짝놀라 쓰러지는 줄 ㅋㅋㅋㅋㅋ 트리니다드는 온통 울퉁불퉁하고 돌길인데 쿠션감 하나 없는 딱딱한 달구지에 앉으니 엉덩이로 돌바닥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게다가 돌바닥을 구르는 바퀴가 덜컹일 때마다 내 엉덩이는 공중으로 몇 cm쯤 공중부양을 하다 착지하기를 반복했던 것.


공중부양한 내 엉덩이가 나무의자로 착지하지 않고 돌바닥에 그대로 착지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동영상 캡쳐>


역시 나처럼 생각한듯한 황훈녀의 꽉 잡은 두 손이 이 때의 불안함을 말해준다

ㅋㅋㅋㅋ





반면 홀스보이 아저씨는 여유롭게 한 손으로 운전(?) 하면서




중간에 아는 사람 만나면 따봉까지 날려주는 여유 ㅋㅋㅋㅋㅋㅋ


내가 이 영상을 찍은 건 그나마 이 승차감에 적응되고난 후다.

적응되기 전엔 진짜 무서웠.....



그리고 우리의 신발

말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운동화는 아예 챙겨오지도 않고 편한 샌들만 챙겨왔다.

더군다나 내가 가져온 샌들들은 최소 6cm짜리 웨지힐 ㅠㅠㅠ 굽이 푹신푹신해서 걷기엔 세상 편한 샌들이지만, 승마엔 완전 부적합. 사진만 봐도 벌써부터 발등 쓸리는 소리가 난다요.

반면 승마에 완전 적합해보이는 오리엔테의 부츠. 


쿠바에서 3~4시간 승마투어를 한다면 신발은 꼭 발등을 덮는 걸로 신길 바란다. 우리처럼 샌들밖에 없다면, 양말이라도 신고 타길 추천! (난 양말도 안가져감 ㅠㅠ)

발등이 훤히 드러나 있으면 말이 달릴 때 발걸이(?)에 발등이 쓸려서 까진다.




이왕 말 나온김에 적어보는 트리니다드 승마투어 필수 준비물


-모자, 선글라스, 긴팔&긴바지, 수영복, 타월, 양말

-썬크림 중무장


이 정돈 준비하면 좋다. 땡볕을 두 세시간 정도 말타고 가다 보면 엄~~청 타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긴팔을 입는게 좋고, 바지의 경우 허벅지가 쓸리는 걸 피하기 위해 긴바지를 입는게 좋다. 반바지 입고 타면 허벅지 엄청 쓸린다고 함. 수영복과 타월의 경우는 중간에 가는 폭포에서 물놀이 할 때 필요!


난 다행히 긴바지는 있었는데, 긴팔이 없어서 팔에 썬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탔다.





가는 길에 본 

폰 하면서 말타는 사람 ㅋㅋㅋㅋ


트리니나드와 히론에선 교통수단 대용으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덕분에 길에 말똥도 많지...ㅎㅎㅎ


대체 말을 몇 년이나 타면 저런 경지에 ㅋㅋ



우울할 때 보려고 올려보는 말달구지 풀영상 ㅋㅋ


난 저거 보기만 해도 그 때가 생각나서 웃음터짐.

근데 내 쿠바 여행 영상에 그런 영상이 어디 한둘이던가

ㅋㅋㅋㅋㅋ




달구지 타고 5분 쯤 가서 내린 후 경사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니 나오던 말들

 

이 근처는 온 길이 말똥으로 가득한데, 말똥이 안묻은데가 없어서 말똥 피하는 걸 그때부터 포기했음 ㅋㅋ 홀스보이 아저씨는 달구지와 함께 돌아가고, 오리엔테와 우리 둘만 남겨졌다.




하늘을 맴돌던 매같은 새들

오늘 날씨는 한없이 쨍쨍하고....역시나 끝내주게 덥다.


 



우리가 탈 말을 준비시키는 가이드 오리엔테. 오리엔테는 영어를 하나도 못한다.

우린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한다. =대화 불가능

 

대학교 졸업여행 때 제주도에서 20분 정도 승마체험한게 승마경험의 전부였기에 (게다가 동그란 트랙만 뱅글뱅글 도는...) 말도 안통하는 쿠바에서 4시간 짜리 승마투어를 한다는게 좀 떨렸다. 사극에서 많이 본 낙마 장면이 떠오르면서 겁도나고 ㅠㅠㅠ




 

그런데 말을 준비시킨 오리엔테는 날 보며 맨 앞 말을 가리켰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나는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Yo?" (스페인어로 '나' 라는 뜻) 라고 외쳤고,

 

긴장한 내 잠재의식에서 튀어나온 스페인어에 오리엔테는 피식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ㅋㅋㅋㅋ 


그렇게 말을 타고 시작된 투어

 

아따...........말 탈 때까지 서론 참 기네그려 ㅋㅋㅋ


<말 타기 전>



아쉽게도 말을 탄 이후부터는 사진이나 영상이 없다 ㅠㅠㅠ 폭포 사진 딱 한 장이 4시간 여의 승마투어의 전부일 뿐. 첨엔 말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카메라를 들 생각도 못했었기 때문....나중엔 적응되서 편해졌지만 그땐 그냥 사진 없이 눈으로만 즐겼다.


이 투어는 집합부터 마칠 때까지 총 4시간 정도가 걸렸다. 우린 사탕수수쥬스 파는 곳, 폭포만 들러서 저 정도고, 중간에 카페나 식당까지 다 들르면 시간은 더 길게 걸릴 듯

총 소요시간은 4시간이었고, 순수하게 말을 타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우리 두 명에 가이드도 두 명이었다. 오리엔테랑, 말 있는 곳에서 합류한 꼬맹이 가이드 한명. 말이 전혀 안통해서 나이를 못물어봤는데, 아무리 많이 봐도 고작 13~14살 정도로밖에 안보이던 남자아이였다. 근데 말 다루는 실력은 



가이드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높았던 말에 겨우 올라타고(말 처음타면 말에 오르는 것도 꽤 힘들다) 


말을 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Right, Left, Stop, Go


네 마디가 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리엔테와 꼬맹이의 영어는 저 네 마디가 다인듯 했다.

내 생존 스페인어처럼, 그들의 생존영어는 딱 저 정도


말 고삐를 왼쪽으로 당기면 말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당기면 말도 오른쪽으로 간다. 말고삐를 당기면 말이 속도를 늦추거나 멈춘다. 고삐에서 힘을 빼면 다시 출발. 의외로 말을 타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는데, 말이 자기가 갈 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일히 터치할 게 별로 없었다.


출발하거나 멈출 때, 또는 맞은 편에서 다른 사람이나 말이 오면 살짝 오른쪽으로 비켜주고 할 때만 고삐를 방향에 맞게 당겨주면 되었다.




하지만 말을 타고 얼마 간은 말이 움직이면서 내 몸이 들썩들썩 할 때마다 낙마할까봐 무서워서 앞에 있는 쇠로된 손잡이를 양손으로 꽉 부여잡고 달렸더니 손에 멍이 들었다. 두 손으로 손잡이 꽉 움켜잡느라 카메라는 커녕 사진 촬영은 1도 못하고 ㅋㅋㅋㅋㅋ




게다가 내가 탔던 말 파스칼은 선두본능이 있어서, 황훈녀의 말이 자기를 앞 질러 가면 기어코 뛰어서 선두를 탈환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장 말이었다 ㅋㅋㅋㅋㅋ(말도 각자의 성격이 있음) 말이 뛰면 내 몸은 더 크게 흔들리니께 뭐 난 정신이 하나도 없었.... 


우리 파스칼 덕분에(?) 투어 내내 내가 맨 앞, 훈녀말과 가이드들의 말은 그 뒤를 따랐다. 선두본능 파스탈로 인해 항상 선두로 달리느라, 황훈녀와의 대화는 종종 훈녀말이 내 말 앞을 치고 나올 때만 가능했는데,



하지만 황훈녀는 황훈녀대로 내 뒤에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었으니... 말이 뛰려고 할 때마다 공중부양을 해야했던 황훈녀는 나중에 엉덩이뼈? 꼬리뼈? 통증을 호소하게 되었다. 우리가 둘다 승마 첨이라 요령이 없었....... 게다가 가이드랑 대화가 안되니 물어볼 수도 없었....  


내가 한창 겁먹고 있던 때엔 쓰고 있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서 땅에 떨어졌을 때도 난 차마 말에서 내릴 수가 없어 직진할 수 밖에 없었다 ㅠㅠㅠ 모자를 포기해야하나 하고 있는데, 능숙한 꼬맹이 가이드가 내려서 주워주었다. 


양옆으로 펼쳐지는 트리니다드의 녹지와 자연풍경이 아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

하지만 다행인건 이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는 것. 그 이후로는 적응이 되어서 한 손으로만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승마초기의 공포심을 길게 표현하느라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이 승마를 포기할까봐 좀 걱정이 되는데, 적응 되면 한껏 여유있어지고,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적응이 될만할 무렵 도착한 사탕수수 주스 파는 곳. 승마투어를 하다보면 중간중간 이런 곳을 들리는데, 들리기 싫다고 하면 굳이 들리지 않아도 상관 없다. 우린 사탕수수 주스가 궁금해서 들리기로 하고 잠깐 말에서 내려서 휴식시간을 가짐


고작 20분 말 탔을 뿐인데 말에서 내리니 다리가 후들후들 ㅋㅋㅋㅋㅋ 아직 말 타야할 시간이 더 남았는데....승마 이거 진짜 운동되는구나


어쨌든 이 곳의 사진 또한 없지만, 사탕수수 줄기를 착즙해서 주스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마시고 싶으면 한 잔에 2쿡을 주고 사서 마시면 된다. 특이했던 건 사탕수수에 럼을 섞어주기도 한다는 거였는데, 난 지쳐서 술 생각이 없었기에 럼은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황훈녀와 나는 한 잔씩 마시려고 했지만 문득 의자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가이드들이 눈에 밟혀 가이드 것 까지 해서 총 4잔을 주문했다. 특히 13~14살 정도로 추정되었던 꼬맹이 가이드가 너무 측은했다. 우리가 투어시간 내내 봤던 꼬맹이 가이드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아이였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가지고 있을 천진난만한 표정이 그 아이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아이가 마음에 쓰였다.


그래도 아이다웠던 구석은, 오리엔테는 우리의 제안을 예의상 한 번 거절했지만, 꼬맹이는 우리가 주스를 사준다고 하자 냉큼 먹겠다고 한 것이다.


사탕수수 원액을 마시면서 좀 쉬었다가 다시 출발~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기 때문에 사탕수수 원액에서도 설탕물 맛이 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달짝지근하면서 살짝 상큼한 맛도 있어서 한 잔쯤 마셔보기에 괜찮았다 ㅎㅎ


다음 목적지는 폭포!


* * *

승마투어 후기는 분량상 다음편에 마저 올릴게요~

다른 포스팅들도 구경하고 가세요!

 


<알맹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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