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8. (금)>
여자혼자 오로라 +유럽여행 Day. 9
Finland Kiilopaa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메인빌딩에 있는 장비렌탈샵에서 스노우슈즈(Snowshoes)를 빌려 신고, 숙소 바로 옆 국립공원의 트레킹코스를 따라 국립공원을 산책해보기로 했다.
스노우슈즈는 10유로면 하루종일 빌릴 수 있다.
렌탈샵은 아침 9~10시 사이에 문을 열고,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렌탈샵에 들어가니
머리가 거의 다 벗겨진 인자한 할아버지께서 맞아주신다.
나를 보시더니 South Korean이냐며 먼저 물어오셨다.ㅋㅋㅋ
주변에 레스토랑도, 가게도 없는 시골인데도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종종 있다는 거겠지~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짓고 계시는 인자한 할아버지는
내 발 사이즈에 맞는 슈즈를 찾아주시고,
신고 벗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외에도 이것저것 세심하게 신경써주신게 너무 감사해서
핀란드어로 "감사합니다."가 뭔지 물은 후 핀란드어로 감사인사를 했더니
어눌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가 되돌아 온다 ㅎㅎ
역시 사람들이 훈훈한 핀란드....ㅎㅎ
여름에도 꼭 한번 여행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착용감에
어기적거리며 문밖으로 나왔다ㅋㅋ
요것이 스노우슈즈(Snowshoes)!
내가 원래 신고 있던 신발 위에 장착해서 신는다.
발바닥 부분이 넓고 아래에는 아이젠 같은게 달려있어서,
눈이 쌓인 곳에서도 미끄러지거나 빠지는 일 없이 걸을 수 있게 해준다.
국립공원 입구로 들어와 가장 만만해보이는 트레킹코스에 들어섰다 ㅎㅎ
입구에 친절하게 코스 안내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됨~
오래 걷다보면 사리셀카, 칵슬라우타넨까지도 갈 수 있으나
난 무리하지 않기로....ㅋㅋㅋ
트레킹코스는 크로스컨트리 전용 트레킹코스도 있고,
나처럼 스노우슈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도 있고,
두 가지 겸용 코스도 있다.
내가 갔던 코스는 겸용코스~
이때까지 살면서 한 번도 본적 없던 광활한 설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감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ㅎㅎㅎ
이 사진만 보면 설경은 맞는데, 광활한 건 잘 모르겠죠?
나중에 사진 보면 아실 거에요~
2년된 내 폰카로 찍어도 멋있는 설경~
겨울 왕국 그 자체다~
모두가 다 하얗고, 지금도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여기가 트레킹코스인지 아닌지
그리 잘 구분되지는 않는다.
간간히 있는 나무 표지를 보고 잘 따라가야함
코스를 벗어나면 허벅지나 허리까지 푹 빠질 수 있으므로 밤에는 주의!
눈 위를 잘 보면 길다란 11자 모양 자국이 있는데,
이건 바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스키ㅎㅎ
동계 올림픽같은데서 한번씩 볼까말까 한 종목으로 알고 있는데,
라플란드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 크로스컨트리를 탄다.
위 두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
오르막길, 내리막길, 평지를 모두 이동할 수 있다.
겨울만 되면 눈이 어마어마하게 오는 이 곳에서 빠른 이동수단이 되어준다.
물론 나같이 처음접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걸어가는게 훨 빠르다 ㅋㅋㅋ
사실 이곳 킬로파 숙소에선
크.로.스.컨.트.리 강습/스노우슈 트립/ 스키트레킹/ 팬케익 구워먹기 등
매일매일 한 두가지의 액티비티를 운영하고 있다.
(장비만 돈 내고 빌려오면 강습비나 투어비는 무료)
오늘 오전엔 크로스컨트리 비기너를 위한 강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경험하기 힘드니까 한 번 배워보려고
리셉션 가서 참가 신청을 하려했는데
리셉션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CrossCountry를 어느정도로 타냐고 묻길래
한번도 안타봤다고 했더니
단박에
"Impossible"
이라는 말과 함께 칼같이 거절당했다 ㅠㅠㅠㅠ
(임파서블은 너무하쟈나 ㅠㅠㅠ)
그래서 난 스노우슈잉을 하며 셀프 트래킹 중이다...ㅋㅋ
그나저나 명색이 트래킹코스인데
개미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느다.
계속 걷다가
이 길이 맞는 건가 싶을 때 쯤
CrossCountry를 타는 사람들이 맞은 편에서 한 두명씩 나타날 뿐이다.
그 외에는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고,
새도 한마리 없는지 새 지저귀는 소리조차 나지 않아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고요하다'는 말은 딱 이럴 때 하는 말인 것 같다.
심지어 집 안에 있어도
냉장고 웅웅거리는 소리, 바깥 차소리가 나는데
여긴 바깥인데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다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영하 10도의 포근한 날씨라도 이 정도는 입어줘야 살 수 있다...ㅋ>
그런데도 하나도 무섭지는 않다.
다만 아무소리없이 계속 걷기만 하다보니 조금 심심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갔다.
아무리 나혼자밖에 없지만
숲이 이렇게 조용한데 음악소리를 크게 내는 건
뭔가 자연에게 실례인 것 같아서...ㅋㅋ
평소엔 잘 듣지 않는 곡 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다 좋은 곡이 되고, 그 장소와 함께 각인된다.
이게 바로 여행의 힘
*
*
저~~~어 멀리 침엽수림까지 온통 하얀 눈으로
덮혀있다.
이곳이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숲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계속 걷다보니 그 나무가 그 나무인 것 같고
이길이 그길인 것 같다 ㅋㅋㅋㅋ
이따금씩 맞은 편에서 오는 크로쓰컨트리 스키를 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마주칠 때 서로 인사하는
우리나라 등산매너처럼
여기엔 스키 매너라는게 있나보다.
첨엔 어색하게 인사받아주다가
나중엔 익숙해져서 내가 먼저 인사하고 다녔다 ㅋㅋㅋ
한 시간 반 정도를 산책하다가....가도가도
계속 똑같은 풍경이라서 중간쯤에서 다시 되돌아 왔다.
숙소 현관에서 장비를 벗고 있는데
캐리어를 든 동양인 여자가 내 앞에 멈춰 서더니
"Are you Korean?"
이라고 물어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물음에 순간 벙쪄서
"네" 라고 대답할지, "Yes"라고 대답할지 망설이다가
(ㅋㅋㅋㅋ)
결국 "네"라고 대답했고,
그녀는 남은 4일 동안 내 룸메가 된
한국인 K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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