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랜선여행 (2)>
2018 .8 . 3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많아요. 튤립, 주황색, 안네, 스트롭 와플, 운하, 자전거, 히딩크 감독, 풍차, 치즈, 맛있는 팬케이크, 감자, 하이네켄, 그리고 동성결혼, 대마초,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라는 것.
특히 합법인 마지막 세개가 워낙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탓에 네덜란드라고 하면 암울하고 음침하고 뒷골목 냄새가 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실제로 가본 바로는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도시 곳곳의 운하가 너무나 분위기 있고, 자유로우면서도 굉장히 평화로운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요기에 대한 얘기는 다음편에 하도록 하고 오늘은 아름다운 암스테르담 근교에 집중해 볼게요.
* * *
암스테르담의 분위기에 취했던 첫째날이 지나고 드디어 네덜란드 둘째날 아침! 오늘의 컨셉은 풍차&치즈에요.
암스테르담 근교 도시인 알크마르에선 매주 금요일마다 치즈 시장이 열리는데요. 워낙에 유명한 시장이라 티비나 인터넷에서 위 사진같은 장면 보신 분들 많으시죠? 바로 그곳이에요. 운좋게도 네덜란드 여행기간에 금요일이 끼어 있어서 꼭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고로 금요일이었던 오늘의 첫 일정은 알크마르.
기차여행하기 정말 좋은 나라 네덜란드.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기차 여행이 참 좋아요. 버스 타고 가는 여행보다 조금 더 여행의 설렘이 느껴진다고 할까?
기차여행을 좋아한다면 네덜란드 여행은 참 설레는 여행이 될거에요. 네덜란드 말고도 서유럽쪽은 기차여행하기 정말 좋은 듯!
유레일 패스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는 여정들. 오늘도 기차를 타자 마자 잊지 않고 작성해주는 센스.
이번 여행은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여행했는데, 유레일패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내일로 티켓과 비슷해요. (물론 내일로 티켓보다 가격은 훨 사악하지만;;;;) 저 티켓 하나로 정해진 기간동안 유럽 내에서 기차를 원없이 탈 수 있어요.
제가 산 유래일 패스는 플렉시패스라 저렇게 여정을 기록해놓으면 검표원이 와서 도장을 꽝 찍어주고 가요. 요즘 시대에 이렇게 아날로그 돋는 기차여행이라니
아침 10시에 열리는 치즈 시장을 보기 위해 저같은 게으름뱅이가 무려 아침 8시 50분 기차를 탔네요 ㅎㅎ 창밖으로 이런 목가적인 풍경을 보며 한 시간 정도를 가면 알크마르에 도착해요.
기차에서 내려서 치즈시장까지 열심히 무브무브! 왠만한 길치, 방향치도 알크마르 곳곳의 요 귀여운 표지판들만 보며 걷다보면 어느덧 치즈시장이 가까워져요.
가는 길에 보이는 튤립 마켓과 예쁜 길거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치즈시장 가는 길.
평화롭다가 갑자기 사람이 디지게 많아진다면 치즈시장에 잘 오신거에요^^
겨우 아침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지만 폭염의 날씨를 자랑했던 이날, 그늘 한 점 없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햇빛에 내 정수리를 고스란히 바치게 될 지어다.
그 정수리 희생자=나
더 일찌감치 가서 자리잡지 못한 탓에 그늘 명당은 이미 풀방이었고 하는 수 없이 뜨거운 햇빛 아래서 정수리를 구워야만 했지만, 사진으로만 봤던 그 치즈 시장이 눈 앞에 펼쳐지는 이 감동스러운 상황에 정수리 쯤은 기꺼이 양보할 수 있었어요.
나막신을 신고 돌아다니는 판매원들을 보니 비로소 여기가 치즈시장인게 실감나더라구요. 누가 살까 싶었는데,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는;;
여행 다니다보면 서양인 할배, 할매 그리고 중국인들이 쇼핑에 있어서는 가장 쿨가이들 ㅋㅋㅋ 그들은 가격비교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맘에 들면 바로 사버리죠. (부럽다 ㅠ)
판매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돌아다니는 걸 구경하는데 눈앞으로 지나가던 치즈 수레. 알크마르 치즈시장 하면 바로 저 둥글둥글한 큰 치즈가 떠올랐는데 드디어 눈앞에서 보네요. 보기엔 매끈매끈한게 맛있어 보이던데 실제 맛은 어떨까요?
그런데 저 치즈가 생각보다 무거운가봐요. 검색해보니 한 덩이에 13~15kg정도 된다고ㄷㄷ
수레 아저씨들이 수레를 밀 때 걷지 않고 뛰어서 한 번에 슈루룩 옮기시더라두요. 가속을 이용해서 드는 힘을 줄이는 느낌적인 느낌?
사실 수레보다도 요걸로 옮기는 장면이 꼭 보고싶어 여기에 온거였는데, 언제 하나 기다리다보니 때마침 제 바로 앞에서 치즈를 나르는 모습이 펼쳐졌어요. 바닥에 있던 치즈를 저 썰매같은 것(?)에 옮겨담고
어깨에 줄을 멘 채 영차 영차 리듬 맞춰 뛰어가는 아저씨들.
저렇게 옮기는게 보기엔 어려워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합도 잘 맞아야 하고 어느정도 훈련도 필요하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니 치즈 8덩이면 13*8=104kg ㄷㄷ 무게도 장난 아니구나 ㅎㅎ
사실 정말로 치즈를 옮기는게 목적이라면 큰 트럭 한대 가져와서 한 번에 우르르 싣고 가버리면 그만인데, 치즈시장을 온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온 건 아닐테니 퍼포먼스 차원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하는 것 같았어요.
운좋은 관광객 아죠씨에게는 치즈를 직접 날라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네요. 더워서 땀이 뻘뻘나지만 표정만은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던 아저씨 ㅎㅎ 여행가서 저런 이벤트를 경험하면 잊지 못할 여행이 되겠죠?
이 치즈시장은 대략 1600년대 중반부터 이어온 시장이라고 해요. 치즈가 모이면 감별사들이 품질 검사를 해서 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에 따라 가격을 흥정하고 했다네요.
아마도 이 분들이 치즈 감별사인 듯! 치즈 감별을 마친 후에는 이렇게 관람객들 앞을 돌아다니며 치즈를 맛보게 해줍니다. 특이한건 칼로 잘라 주는게 아니라 저 꼬챙이 같이 생긴걸 치즈에 푹 찔렀다 빼서 우동면 모양으로 딸려나오는 치즈를 줘요. 아마도 저 도구가 치즈를 감별하는 도구이지 않을까 싶네요.
보통은 꼬맹이들한테만 주시던데, 혼자 온 저를 보고는 저 한테도 한 조각 주어서 치즈를 감별(!)해 볼수 있는 행운을 얻었ㅎㅎ (내가 그렇게 어려보이나? 헤헤 ㅎㅎㅎ)
암튼 맛으로 보건데 아마도 고다 치즈인듯! 와인 안주로 집어먹던 익숙한 맛~
운하가 많은 네덜란드 답게 알크마르 역시 많은 운하가 있었는데요. 운하를 따라 치즈를 운반하는 사공들도도 볼 수 있었어요. 옛날에는 정말로 이 운하를 따라 유럽 다른 나라로 치즈를 가져다 팔곤 했다고!
배에 모터가 달린 건 유럽갬성이 아니죠 ㅎㅎㅎ 장대로 배를 몰던 사공들. 이제 치즈 시장은 질리도록 봤으니 뭘 할까요?
시장 구경은 뭐니뭐니해도 군것질 아닌가요? ㅎㅎ 알맹이는 먹보답게 바로 먹을거리를 찾아나섰습니다.
대형 풀빵 기계 같은데서 굽고 있는 저건 미니 팬케이크에요. 네덜란드 음식 중에는 팬케이크가 대중적이고 유명해서 식당이나 카페 곳곳에서 팬케이크를 팔고 있어요. 시장에도 어김 없이 팔던 팬케이크.
슈가 파우더, 메이플 시럽, 딸기잼, 초콜릿, 블루베리, 시나몬 등등 원하는 토핑을 추가해 먹을 수 있던 팬케익 노점. 아니, 지금보니 무려 알코홀릭 토핑도 있네요 ㅋㅋㅋㅋ 팬케익 위에 위스키나 럼 같은 걸 추가할 수 있대요. 아 내가 왜 이걸 지금 봤을까? 그 때 봤으면 당장에 사먹는건데 ㅠㅠ
팬케익은 시내 식당에서 제대로(?) 사먹어보기로 하고 다른 노점으로 고고! 100% 착즙 오렌지주스와 치즈 샌드위치를 팔던 가게. 치즈 시장에 온 만큼 치즈 샌드위치를 사 먹어보기로 했어요. 정말 단촐하게, 식빵 사이에 구운 치즈만 한 장 넣어줍니다.
맛은 상상할 수 있는 맛! 다만 치즈가 구워져서 뜨거운 상태로 먹으니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맛은 쏘쏘.
샌드위치는 어차피 밥 아니고 간식(ㅋㅋㅋ)이니까 또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나서봅니다. 네덜란드는 또 청어가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헤링본 할 때 그 헤링(Haring)이 청어!
청어절임 샌드위치 등 청어절임 음식을 팔던 노점에서 사먹은 청어절임. 샌드위치 먹고 또 빵 들어간 걸 먹기엔 물려서 전 저렇게 생 청어절임에 양파 얹어주는 걸 사먹었어요. 원래 생선 절인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유명하다해서 사먹어본 결과.....음ㅋㅋㅋㅋ 짜고 비리고 ㅠㅠㅠ
제게는 탄수화물이나 술없이 먹기엔 힘든 맛이어서 맛만보고 빠이했어요 ㅋㅋㅋ 팬케익 먹을 걸 그랬다ㅜㅜ
비린 청어절임을 얼른 처리해버리고나니 더이상 할게 없어 발 닿는대로 시장 주변 구경하기. 저도 저 노부부처럼 노후를 보내고 싶네요.
치즈 시장 주위로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노점들도 함께 열리는데요~ 치즈, 나막신, 나무 도마, 치즈 뜨는 도구, 기념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저 나무도마는 하나쯤 사서 안주용 접시 대용으로 쓰고 싶었는데 여행초반이라 참았네요.
알크마르 치즈 시장은 런던 포토벨로 마켓이나 다른 마켓들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았어요. 엄청 금방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시장이었지만 예전부터 워낙에 보고 싶던 시장을 직접볼 수 있어 좋았어요.
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중 본 댕댕이들 ㅋㅋㅋㅋㅋㅋ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가게 밖 벽에 저렇게 도그 파킹을 할 수 있는 고리가 달려있는 곳이 많았어요. 음식점 같은 곳엔 내부에 동물 출입이 제한되니까 바깥에서 대기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건데요
댕댕이들이 어찌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얌전하게 주인을 잘 기다리던지 귀여워쥬금 ㅋㅋㅋㅋ
다음 코스는 풍차 마을 잔세스칸스. 치즈시장 땡볕에 정수리를 희생한 정수리 희생자 알맹이는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기차온다!"가 아니라 "에어컨 온다!"를 외치며 에어컨에 탑승했어요.
풍차마을 잔세스칸스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랜선 여행 :: 내 최애 유럽여행지 네덜란드 20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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