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여행 - 네덜란드 6탄>
2018. 8. 4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인 하이네켄! 전세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맥주이기도 한데요. 이 하이네켄의 고향이 바로 네덜란드라는 것.
언젠가 암스테르담을 여행한다면 여기는 무조건 간다! 했던 곳이 바로 하이네켄 양조장이었어요. 사실 하이네켄 맥주를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 유럽여행기에서 본 하이네켄 공장이 너무 좋아보였거든요 ㅠㅠ (그냥 술이 좋은거라고 말해라)
근데 이 하이네켄 박물관에 직접 다녀온 후로는 하이네켄을 진심으로 즐기게 되었어요. 누가 맥주 집으라고 하면 하이네켄부터 집을만큼! 그만큼 여기에서의 기억이 참 좋았다는거겠죠? 여행기는 편의상 반말로 연재합니다.
게이프라이드를 신나게 보고 드디어 하이네켄 박물관으로!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만은 난 게으름뱅니까 무의식속 어딘가에 저장만 해놓고, 벨기에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가는 기차안에서야 퍼뜩 생각이나서 가까스로 예약하게 되었다. (여긴 투어로만 관람 가능)
무튼, 맥주는 뭐니뭐니해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게 제맛이지! 하며 오후5시로 투어를 잡아놨더랬다. (도대체 맥주공장견학이 목적인지, 맥주마시는게 목적인지ㅎㅎ) 하지만 게이축제를 구경할만큼 구경하고도 시간이 떠서 다른 곳을 들렀다 가보기로 한다.
구글맵을 휘적휘적 살펴보니 근처에 암스테르담의 상징인 I amsterdam 랜드마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고흐 박물관까지 있어서 겸사겸사 가보기로!
내 상상속 아이 암스테르담은 이랬다. 하지만 현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너무 유명한 전세계인들의 인증샷 스팟이었기에 나만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어찌나 글자 하나하나, 사이사이마다 다 들어차 있던지, 보는 순간 여기서 사진찍기는 글렀구나 싶었다.
이 사람은 대체 뭐야 ㅋㅋㅋㅋ
거긴 어떻게 들어간거냐고
원하는 사진은 안나올 것 같아서 그냥 랜드마크 앞 물가에 걸터앉아 사람구경하며 쉬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발 담그고 수다 떠는 사람, 누워서 낮잠자는 사람, 물놀이 하는 애기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계속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욱씬거렸는데 앉아서 발을 물에 담그고 있으니 살 것 같다.
뒤를 돌면 보이는 반 고흐 박물관. 네덜란드는 하이네켄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반고흐의 고향이기도 했다. 고흐의 고향 나라에 왔으면 고흐 미술관 정도는 가봄직함이 바람직했으나 하이네켄을 위해 고흐를 버리기로 했다 ㅠㅠ 고흐 작품이야 파리에서도 보고, 우리나라에서 고흐전 할 때도 봤으니까 하며 위로 ㅠ
투어 시간이 다되어 가서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했는데 아무래도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은 하나 남기고 싶어서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부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웃긴 사진이 나와서 마음에 든다.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예쁜 사진을 기대하면서 왼발 세운건데ㅋㅋ
슬슬 걸어서 도착한 하이네켄 박물관. 예약확인을 하고나면 이렇게 팔찌를 주는데, 저 팔찌에 달린 단추 2개가 맥주 시음권이다. 즉, 하이네켄 2잔이 이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하이네켄 생맥을 두 잔이나 준다이거지? 2만원 가량의 투어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근데 심지어 들어가니 세 잔 줌. 혜자다 혜자!
투어는 하이네켄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우리 맥주의 역사는 1873년, 창립자인 제라드 하이네켄으로부터 시작되어 블라블라블라..... 지금은 네대째 이어오고 있는 블라블라블라....."
이과출신인 나에게 역사란 '알아야 될 것 같긴 한데' 알기 싫은 존재랄까.... 내가 하이네켄씨 집안 역사 들으러 온건 아니니까 흠흠. 한국사 자격증 딸 때도 힘들었다...
응 그래 140년 넘었군 하며 수학적인 계산으로 연결지어버리고 끝냈다. 유럽에선 100년이하는 명함도 못내미니까 놀랍진 않다.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아 뭐야 하고 끄시면 안돼요!! ㅋㅋㅋ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람쥐)
역사 설명을 들은 후엔 연도별 하이네켄병의 변화를 전시해놓은 복도를 지나며 하이네켄 제조방법을 설명하는 방으로 넘어갔다. 오호, 이건 좀 흥미진진
"신사숙녀여러분, 세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우리 하이네켄이 뭘로 만들어지는줄 아나요? 여기 있는 단 4가지의 재료면 됩니다. 바로 물, 보리, 홉, 그리고 에이-이스트 이 네 가지면 맛있는 하이네켄이 만들어집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매우 많을 것만 같았는데 고작 저 네가지 뿐이라니. 근데 그 말은 진짜였다. 맛의 비밀 중 하나는 A-yeast라고 하는 효모에 있다고 했다. 무려 1886년부터 쓰던 효모를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오빠의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으로 양조과정을 견학하게 된다. 저 발효탱크들은 현재로는 전시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맥주 제조의 초기과정인 보리와 물을 섞고 끓인 후 필터로 걸러낸 액체. 아직 발효전 단계라 알콜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탄산도 없다.
라고 보여주기만 했으면 실망했을텐데 이렇게 맛도 보게 해준다 야호 ㅋㅋㅋ 보리랑 물 섞어서 끓인거니까 보리차맛 나려나 하고 마셨는데, 엄청 달짝지근하니 맛있었다. 이거만 마셔도 충분히 맛있을 정도!
맥주는 많이 마셔봤어도 완성되기 전 단계의 맥주는 처음 마셔봤다. 자자, 이론적인건 여기까지 하고
여기를 끝으로 본격적인 술 여행(!)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기대하시라...
세계 각국의 "건배!"가 써있는 벽을 지나면 하이네켄 여행이 시작된다.
마치 축제를 기다리며 카운트다운 하는 것 마냥 설레는 카운트 다운을 거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흥이 차오른다. 다같이 카운트다운 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즐겁게 입장했다.
이런건 영상이 답이라 사진 말고 영상으로 첨부한다. 보면 후회하지는 않을만한 영상이다. 지금 봐도 존멋 ㅠㅠ 벽 사방에서 하이네켄이 넘실넘실 거리는데 영상 자체를 너무 잘 만들었다.
이어서는 8명 정도씩 무리지어 작은 방같은데 입장시키는데 그 안에서도 이런 걸 틀어준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멋지구만~ 아직 술 한 방울 안마셨는데 내 안의 흥이 차오르는게 느껴진다. 아니, 이러다 춤추겠네!!
라고 할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서빙되는 첫 번째 술 ㅎㅎㅎㅎㅎ
게다가 팔찌의 단추도 받아가지 않고 그냥 준다 야호. 다같이 "살루트!" (네덜란드어로 '건배')를 외치며 첫 잔을 짠하고 마시는데 이때까지 마신 하이네켄 중에 제일 맛있었다.
아니, 하이네켄이 원래 이렇게 맛있는 맥주였나? 싶을 정도로 감동이 밀려왔다. 그 전에 한국에서 하이네켄을 마셨을 때는 쌉싸름한 맛이 강한 맥주라 그다지 좋아하는 맥주는 아니었는데 여기서 마시니 이게 같은 하이네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맥주는 맥주공장에서 마시는게 가장 맛있다. 유통되면서 온도나 외부조건에 의해 조금씩 변질되기 때문에 공장에서 마시는게 가장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분 좋게 첫 짠하고 계속 무브무브. 자기가 원하는 문구를 새긴 하이네켄을 살 수 있는 코너 같은 것도 있었다.
그 다음은 클럽방! 내부를 클럽처럼 꾸며놓고 이것저것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술 한잔 하고 흥도 오르는데 조명 번쩍번쩍하지, 음악 신나지.. 도대체가 그루브를 안 탈 수가 없다 아닙니까?! 어차피 오늘보고 안 볼 사람들이니까(ㅎㅎㅎ) 혼자서 열심히 그루브 타며 돌아다녔다.
씬나 >_<
요런 재미있는 코너와 복도를 지나 드디어 파이널 코스인 펍으로 향했다. 여기서 팔찌 단추 다 털어버리는거야!! ㅋㅋㅋ신난다 신나
팔찌에서 단추를 하나 똑 떼서 저 잘생긴 오빠에게 내밀면 금새 전문가의 손길로 생맥주를 내려준다. 당연히 하이네켄 맥주!
맥주도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 또 맛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직원의 안내 아래 이렇게 맥주 예쁘게 잘 따르기 경쟁 같은 것도 벌어지고 있었던 재미있는 펍. 잘못 따라가지고 흘러넘치고 이런거 보는 것도 꿀잼.
술이 넘어간다 술~술술술!
팔찌 단추로 교환하는 술은 술잔도 더 큰데다 주기 때문에 한 잔만 마셨는데도 배가 불렀다. 아, 벌써 두 잔째구나. 이렇게 총 두 잔 마시고 너무 배가 불렀지만, 내 팔찌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남은 단추하나가 눈에 밟혀 결국 세 잔을 다 마시고 나왔다.
맥주를 안주도 없이 연거푸 세 잔이나 마시니 나름 주당인 나도 헤롱헤롱거리며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적당량(?)의 술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법! 기부니가 너무 좋은데 암스테르담은 이렇게 아름답지, 더이상 어떻게 좋을 수가 있을까
아무 운하 옆에나 철푸덕 앉아 낭만을 좀 즐기다 아무래도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 저녁먹을 곳을 찾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문득 작년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 중 먹은 인생 파스타가 생각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칠리아 음식점이 있는지 구글맵을 두드려 봤는데 글쎄, 진짜 있다.
시내와는 동떨어진 외곽 주거지에 있었지만 고민 없이 그리로 향했다.
관광객 1도 없는 현지인 주거지역에 있던 시칠리아 음식점 Le Due Scilie
레몬제스트를 올린 봉골레 파스타와 추천 받아서 와인을 한 잔 주문했다. 나오는 모양새만 봐도 맛이 느껴지는 듯했고, 맛도 시칠리아에서 먹었던 맛에 견줄만 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이탈리아 남부음식 먹으며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여기 있다.
면은 딱 알맞게 익었고, 봉골레 위에 뿌려진 레몬 제스트가 독특한 식감과 상큼함을 더해주어 정말 맛있었다.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졌으나 혼자와서 한 가지만 맛보는게 아쉬웠다.
식사에 너무 만족한 나머지 카놀리까지 시켜서 후식까지 든든히 먹고 나왔다. 디저트까지 시칠리아식이었던ㅎ 암스테르담이고, 시칠리아고 이제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으려나?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꿔놓은게 새삼 아쉽다.
여전히 숙소에 들어가기는 아쉬워 마지막 코스로 홍등가를 넣어보았다.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은가 걱정하며 갔는데 막상 가니 관광객이 바글바글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사창가를 하나의 관광코스로 만들어버리는 성매매 합법 국가 네덜란드 클라스.
때때로 빨간 불이 켜진 창문 너머로 속옷만 입은 언니들과 눈이 마주치곤 했지만, 그냥 관광지였다. Red light secret, 19금 쇼 등을 하는 극장이 있었다.
홍등가를 끝으로 네덜란드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다.
이제 내일이면 독일로 넘어가야 한다. 독일도 물론 좋겠지만 이미 네덜란드와 사랑에 빠져버려서 이만한 감흥이 또 생길까 싶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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