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알맹/18 네덜란드 여행

(3) 유럽여행 ::아름다운 네덜란드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하를렘

알맹e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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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랜선여행 -네덜란드 (3)>

 2018 .8 . 3

 

존댓말로 쓰려니까 스스로가 너무 오글거려서 이번 편부턴 편의상 반말로 쓸게요!!

 

 

* * *

 

무사히 에어컨에 탑승한 나는 더위에 절은 몸으로 잔세스칸스까지 실려가다시피 했다. 하지만 유럽은 이 더위를 차치하고서라도 여름에 방문하는 것이 겨울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서유럽쪽은 여름이 훨씬 쨍쨍하고 푸릇푸릇하니 예뻤다. 더운 것이 비와서 여행 망하는 것보단 좋다고 생각하자

 

 

 

복작복작한 2등석과는 달리 사람 구경도 할 수 없었던 1등석.

 

사실 이번 여행의 테마 중 하나를 기차로 정했을 때는 내심 비포선셋 에단호크男과의 썸을 상상하기도 했다. 에단호크남은 커녕 사람조차 없었던 일등석 덕분에 이번 기차여행에선 로맨스는 커녕 고독과 사귀게 된 것 같다. 자기야,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자기는 너무 지긋지긋하다구 ㅠㅠ구차하게 매달리진 말자

 

난 분명 이등석 패스를 샀는데!!!! 왜 !!!! 쓸데없이 공짜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냔 말이냐 이 여행사 사람들아 ㅋㅋㅋㅋㅋ 감사할 일에 화내고 있는 내가 싫다.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가다보니 어느덧 잔세스칸스역에 도착했다. 시골의 작은 역같이 소박했던 역을 나오면 잔세스칸스 투어지도가 있다. 사실 '풍차 봐야지!' 외에 별 생각 없이 왔기에 이런 지도가 반가웠다. 기차역에서 풍차 마을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미리 가는 길을 숙지하며 길을 나섰다.

 

 

 

더위 때문인지 20분이 40분처럼 느껴졌던 이때. 뭐라도 마시지 않으면 살아나올 수 없을 것 같아 아무 가게나 들어가 환타를 사서 나왔다. 풍차 마을인데 왜 풍차가 안보이지 하면서 헤매다보니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이르렀다. 그순간 드디어 눈 앞에 펼쳐졌던 풍차들. 이건 파노라마각이라며 환타를 원샷때린 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해수면보다 땅이 더 낮은 지형이 많은 네덜란드는 그 특징 때문에 옛날엔 정말 많은 풍차들이 있었다고 한다. 한창 때는 몇 천개나 있었다고 하는데, 흘러들어오는 물을 퍼내는 용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하여 대부분의 풍차는 사라지고, 이렇게 관광용으로 일부 풍차만 남아있다. 잔세스칸스에도 풍차 자체는 10개가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크, 벌써부터 너무 예쁘잖아 이거 ㅎㅎ 대도시 암스테르담과는 다르게 한적하면서도 전원적인 풍경에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풍차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잔세스칸스 마을 입구로 향했다. 지도 안봐도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만 가면 만사 OK!

 

 

 

나름 그늘도 있고, 무엇보다도 푸릇푸릇함이 너무 예뻤던 마을 입구는 동화속 모습 그 자체였다. 왠지 풀밭을 달리는 리트리버와 그 뒤를 쫓아 하하호호 함께 뛰는 '체크무늬 셔츠에 멜빵바지를 입고 얼굴엔 주근깨가 핀 순박한 갈색머리 시골 훈남'이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 ㅎㅎㅎ 

 

시골훈남은 상상일 뿐이지만, 실은 아까부터 계속 동선이 겹치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한 명 있다. 아무리 다른 길로 갈라져가도 자꾸만 마주쳤던 흔남씨(훈남 아니고 흔남)

 

 

 

 

마주침이 지나치게 잦아지다보니, '뭐야, 왜 자꾸 마주쳐' 하며 의식을 하게되던 흔남씨. 하지만 지금 나에겐 흔남씨보단 풍차가 더 중요하기에 풍차 스팟을 찾아 폭염을 헤치며 돌아다녔다.

 

 

<대체 거기까진 어떻게 헤엄쳐 간거냐>

 

바람에 따라 여유롭게 돌아가던 풍차를 바라보는 게 바로 힐링이었던 잔세스칸스 산책길. 나의 정수리는 여전히 땡볕에 희생중이었지만 내 눈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데 바빠 정수리가 익어가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라고 갬성가득한 글을 쓰고 싶지만, 폭염의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야외는 너무 잔인했다 ㅠㅠ 잠시 에어컨 타임을 가지기로 하고 지나가는 길에 있던 치즈 가게에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과 함께 나를 반겨주던 형형색색의 치즈들. 사진만 봐도 왜 이렇게 행복한지 ㅎㅎㅎ 난 치즈 때문에 행복한 것인가 에어컨 때문에 행복한 것인가...

 

 

 

네덜란드 치즈의 좋은 점은 이렇게 다양한 맛의 치즈가 도시 어디에나 널려 있다는 거다. 기본 치즈부터 그린 페스토맛, 오렌지 제스트맛, 매운 고추 맛, 코코넛맛, 마늘맛, 트러플맛 등등 수십가지맛의 치즈를 보는 순간 눈이 돌아갔다.

 

 

 

이 가게의 좋은 점은 이런 치즈들을 모두 시식해볼 수 있다는 것. 에어컨 인심도 후한데 시식 인심까지 후하다니 내가 돈만 많았다면 진심으로 돈쭐 내주고 싶었던 가게였다 ㅎㅎㅎ

 

난 트러플맛 치즈와 그린페스토맛 치즈에 푹 빠졌다. 치즈도 치즈지만 압권은 치즈딥(Cheese Dip)이었다. 딥에 크래커 하나 푹 찍어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음. 한국갈 때 둘 중 하나는 꼭 사가기로 찜꽁

 

 

혼자 여행가도 내 사진은 건지고야 말겠다.jpg

 

치즈도 잔뜩 시식하고, 목장 우유로 만든 시원한 밀크 쉐이크도 한 잔 마시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나니 다시 이런 사진을 찍는게 가능해졌다 ㅎㅎ 진짜 풍경 대애박!

 

저 강에 있는 오리가 다 부러울 지경이었던 알맹이(3N세, 돈많은 백수를 꿈꾸는 직장인)

 

 

 

잔세스칸스 구경의 마지막은 나막신 상점. 옛날 네덜란드에 풍차가 많았던 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네덜란드는 나막신이 유명하다. 형형색색의 나막신이 아이부터 어른 것까지 발사이즈별로 다 있었다.

 

나도 내 발사이즈에 맞는 걸로 골라 신어봤다.

 

 

 

사실 예전부터 '나막신' 하면 나무로 만들어져서 딱딱하고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착화감이 의외로 발에 착 감기고 편해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신발핏(?)도 의외로 나쁘지 않음 ㅋㅋㅋㅋ살짝 키높이도 되는 것 같구 말이지 ㅎㅎㅎ

 

가게에선 나무토막을 깎아 나막신을 만드는 퍼포먼스도 실제로 보여주고 했기에 꽤나 재미나게 구경하고 나왔다.

 

 

<영락 없는 관광객>

 

원없이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

 

어, 이젠 더 이상 안마주치는 군. 하며 마음 속에서 지워져 간 흔남씨가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사람은 나와 흔남씨 둘뿐이었다. 원래 모르는 사람에게 서스럼없이 말걸고 이런 스타일 절대 아닌데, 이땐 뭔가 심심했던지 나도 모르게 흔남씨에게 말을 걸었다.

 

 

 

 

내 예상처럼 흔남씨는 한국인이었고, 흔남씨 역시 나와 자꾸 마주치는 걸 신기해했다고 했다. 오늘 처음 본 흔남씨와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며 같이 걸어다닐 수 있는게 바로 여행아니겠는가? ㅋㅋ 에단호크남은 아니었지만 흔남씨와 함께 기차역까지 걸어가 이등석 기차 비상좌석에 쪼그리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기차가 암스테르담에 다다를무렵 흔남씨는 자기는 오늘 네덜란드 마지막 날이라면서 내게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먹을거냐고 물어왔다.

 

암스테르담에서 흔남씨와의 오붓한(?) 저녁식사 VS 가보고 싶었던 도시 하를렘(Haarlem) 방문

 

이 두개가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이등석 기차안. 둘다를 모두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나의 결론은...

 

 

 

하를렘이었다. (니가 이래서 안되는거야 알맹아 ㅎㅎㅎ ㅠㅠ)

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흔남씨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고,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온 하를렘. 누군가가 추천했던 도시였다.

 

구글맵을 대충 훑어보며 중앙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중앙광장에 오자마자 난 흔남씨와의 저녁식사권을 버린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중앙광장에선 와인과 세계 음식 축제 같은것이 열리고 있었다. 여러 나라의 음식과 맥주, 그리고 와인을 팔고 있었는데

 

 

 

분위기 진짜 오지고 지렸던 곳 ㅠㅠㅠ 연애본능은 죽 쒀먹을래도 없지만, 여행본능 충만한거 이거 어쩔거야 ㅋㅋㅋ  평소와는 달리 여행할 때만은 만족할만한 선택을 잘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취할 것 같다. 음식들도 너무 맛있어 보였지만 배가 영 안고파 와인 한 잔으로 타협했다.

 

 

 

와인부스에서 로제와인을 한 잔 주문했다. 의자에 걸터앉아 와인을 홀짝홀짝 하다보니 귓가에 장범준의 '사랑에 빠졌죠'와 박지윤 '난 사랑에 빠졌죠'가 교대로 재생되는 것 같다. 

 

www.youtube.com/watch?v=nQRBLrtohxA

youtu.be/GRjzmxYuSo4

사랑에 빠졌죠~

사랑에 빠져 버~려어었죠

 

네덜란드와 완벽히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이때부터 난 네덜란드가 네 최애 유럽여행지가 될 것임을 어느정도 직감했다.

 

 

 

암스테르담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지닌 하를렘은 마치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암스테르담'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사람 복작복작한 암스테르담과는 인구밀도부터가 확 달라서인지 참 한적해서 좋았고, 이 낭만적인 운하를 전세낸 것 마냥 돌아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네덜란드 사랑합니다♡

 

 

<하를렘의 유명한 건 이 풍차 정도?>

 

암스테르담처럼 볼게 많은 대도시가 아니라, 그다지 관광거리라곤 없는 작은 도시였지만 도시 자체가 가진 분위기가 참 좋았던 하를렘을 뒤로 하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이렇게 좋은 날은 맛있는 음식으로 마무리하는게 옳기에 트립어드바이저를 쥐잡듯이 뒤져 오늘의 파이널 코스를 짜보았다.

 

구운 감자요리를 전문으로 했던 식당 Jackets

 

 

 

메뉴판을 펴자마자 드링크 메뉴부터 딱 찾았는데 파는 맥주 종류조차 참 네덜란드스러운게 맘에 들었던 곳. 무조건 로컬냄새 물씬 나는 맥주부터 한 잔 주문해놓고, 메인인 감자요리를 살펴본다.

 

마치 서브웨이 주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선택지가 많았던 메뉴판. 원하는 감자 사이즈를 먼저 고른 후 그 위에 올라가는 필링, 그리고 기타 추가할 것들을 더해 주문하면

 

 

 

하프사이즈 감자에 연어샐러드, 치즈, 베이컨 추가해주세요!

 

대체 이게 어딜봐서 감자냐고 주장하는 듯한 특이한 비주얼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맛 또한 감자의 퍽퍽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에 저 수북한 치즈토핑은 완전 치트키 수준

 

 

<네덜란드는 감자도 유명하다고 한다. 네덜란드 유명한거 왜케 많아>

 

아주 저 수북한걸 바닥까지 싹싹 비우고 나왔다. 한국에서도 가끔씩 이 맛이 생각날 때가 있을 정도로 괜찮았다. 흔남씨와의 저녁대신 혼자만의 저녁을 택했지만 너무 만족스럽다. 이 충만한 여행본능 진짜 ㅋㅋㅋㅋ  이래서 내가 혼자서도 잘 다니나보다를 실감했던 오늘 하루.

 

 

 

하도 타고 다녀서 친구같이 익숙한 14번 트램을 끝으로 네덜란드 두 번째 날 종료! 내일이 네덜란드 마지막날이라니 ㅠㅠㅠ 슬프구만

 

세 번째날 여행기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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