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0일, 나는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아, 슬픈 과거형 문장이여..)
이집트에서의 3주 동안 아름다운 홍해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도 배우고, 나일강 위에서 유유히 크루즈도 즐기고, 4000년도 더 된 입이 떡 벌어지는 피라미드를 보고, 머리털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3300년 전 람세스 2세도 만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 여행은 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되었다.
길어도 두세달이면 잡히겠거니 생각했던 코로나는 거의 1년 3개월동안 계속되고 있고, 예전에는 거리낌 없이 해왔던 일들을 지금은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해야 하거나 혹은 포기해야만 한다. 여행블로거인 나에게 여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해외여행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었으니 삶의 낙이 없을 지경이다.
코로나 이전의 여행은 돈과 시간만 있다면 망설일 것이 없었다. 팍팍한 직장생활과 나의 시간을 어찌어찌 겨우겨우 잘 타협한다면, 거기에 돈만 좀 보탠다면 실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의 여행은?
돈과 시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물론 인스타만 본다면 이시국이건 말건 자유로운 방랑자들이 아직도 꽤 많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쓸데없이 양심이 너무 발달해서인지 이시국에 국내여행을 가는 것조차도 너무나 죄책감이 들곤 한다. 1년 내내 직장-집만 다니기엔 내가 죽을 것만 같고 정말 어쩌다 한번 어디 바람쐬러 가는데도 그것조차 너무 죄스러우니 말이다.
어디 여행 뿐인가.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는 것도 껄끄럽고, 어쩌다 스트레스 수치 만땅이면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오던 노래방은 가본지가 대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나만 이렇게 사는건 아닐거라고 믿고 싶다. 뉴스보면 너무 화나.)
그런 답답한 생활을 해오던 어느 주말 밤 티비 채널을 돌리다
'투탕카멘의 삶과 죽음'이라는 이집트 역사 다큐멘터리를 한 편 만나게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티비를 켰을 때 역사 다큐멘터리가 나온다면 주저 없이 채널을 돌렸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작년에 내가 걸었던 장소, 둘러봤던 곳이 티비 속에 펼쳐지는데, 나도 모르게 넋 놓고 그 다큐가 끝날 때까지 너무도 재밌게 역사 다큐를 시청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근데 그 다큐가 끝나고 너무 아쉬워서 입맛 쩝쩝 다시며 뒤를 돌아봤는데, 같이 있던 친동생놈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만큼 단잠에 쿨쿨 빠져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보지도 않을, 그리고 누구는 보다 잠들만큼 지루한 역사 다큐를 푹 빠져 봤다는데서 깊은 현타가 몰려왔다. 내 여행향수병이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다음 해외여행기를 올리며 여행정보 포스팅을 할 날이 언제쯤 다시 올까유? 일거리를 잃은(?) 여행블로거의 시시콜콜한 푸념이 꽤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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