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행 팁&끄적

겨울 핀란드 오로라 여행 (3) 드디어 만나다

알맹e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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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면 시리즈 1편-3

북극 잠복 5일차 만에 드디어 오로라를....?

 

-지난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대망의 마지막 5일 차. 오늘도 오로라를 못 본다면 내일은 얄짤 없이 이 곳을 떠나야 해요 ㅠㅠㅠ 다음 일정이 있기에 일정을 연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오늘 일기예보는 여기서 보낸 5일 중 가장 좋아요! 맨날 흐림이더니 오늘은 왠일로 밤부터 날씨가 갠다고 하네요.

 

 

숙소 주변 풍경

 

다만 줠라 추워서 대낮부터 영하 26도인 날씨가 저를 맞아주네요. 그래도 하늘이 맑아진다니 어쩌면 오늘은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희망을 걸며 오로라 예보를 봤는데 이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씨는 이렇게나 맑은데 오로라 지수는 겨우 2.............  오로라지수가 2라는 건 육안으로 봤을 때 이게 오로라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안되는 수준이라는 거. 그래도 예보는 말 그대로 예보일 뿐 틀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걸며 북극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시작했어요.

 

 

 

스키장 꼭대기 휴게소 앞에서. 북극 스키장 휴게소.jpg
스키장 풍경. 리프트까지 온통 하얗다. 우리나라 스키장은 겨울에 사람 바글바글인데 이 좋은 스키장엔 사람이 거의 없다. 

 

 

오늘은 사리셀카에 있는 스키장에서 눈썰매를 타기로 했어요. 이 나이 먹고 왠 눈썰매냐 하시겠지만, 한국에서 타던 어린이용 눈썰매와는 차원이 다른 이 곳 눈썰매장. 이 스키장엔 눈썰매 전용 슬로프가 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1200m가 넘어요. 1.2km를 눈 썰매타고 내려가요 ㅋㅋㅋ 근데 코스 난이도도 꽤 높아서 완전 스릴 만점이에요. 엄청 나게 빠른 속도로 썰매를 타는데도 썰매 타는 시간이 5분이 넘어요.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까지 썰매타고 내려가야 한다. 심지어 저 너머로도 쭉 이어지는 눈썰매 슬로프

 

일부만 움짤로 만들어봄. 속도가 너무 빨라 사진을 별로 못찍었어요.

 

 

근데 오늘 날씨 영하 26도 ㅎㅎㅎ 이 날씨에 1.2km짜리 슬로프에서 눈썰매를 타면 어떻게 되게요? 인간 눈사람 됩니다. 영하 26도에서 1200m를 썰매타고 내려가며 튀기는 눈 슬러시(?)를 계속 맞다보면 내가 눈사람인가, 눈사람이 나인가 ㅋㅋㅋㅋ 옷에 붙인 핫팩이 썰매 한 번 타고 내려오니 콜드팩이 되어 있었...... 

 

여름에 너무 더우면 더위 먹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저는 지금 추위를 먹은 것 같아요...ㅋㅋㅋㅋ 이 날의 생생한 후기는 아래의 예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지난 포스팅>

핀란드 오로라 여행 D6::영하26도에 간 1200m짜리 끝없는 눈썰매장

 

핀란드 오로라 여행 D6::영하26도에 간 1200m짜리 끝없는 눈썰매장

여자혼자 오로라+유럽여행 Day. 12 핀란드 사리셀카, 킬로파 오늘은 킬로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내일 아침 일찍 헬싱키로 넘어가기 때문에 라플란드 지역에서 머무는 날은 사실상 오늘이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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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 되어 다시 킬로파로 돌아왔어요. 여전히 오로라지수는 희망이 안보이지만 ㅠㅠㅠ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고 저녁을 먹으러 가요. 이 곳에서 최후의 만찬은 북유럽 답게 연어와 미트볼로 장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연어와는 신선함이 다르지유. 뷔페라서 저 연어 무제한 흡입 가능! 저녁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는데 급 엄습하는 우울감.

 

 

 

 

 

 

버킷리스트 하나 달성해보겠다고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5일을 기다렸는데 오로라 한 번 못 보고 가게 생겼다니 ㅠㅠㅠ 우울해서 방에 누워만 있다 씻기 위해 방을 겨우 나섰어요. 

 

"그래, 비록 오로라는 못 봤지만 남은 유럽여행이라도 즐겁게 하고 돌아가자!"

 

 

이 짤은 볼 때마다 넘 웃겨ㅋㅋ 근데 이 상황에 완전 딱

 

 

 

 

샤워실에 딸린 사우나에서 따끈하게 몸을 지지며 마인드컨트롤을 했어요. 느적느적 씻고 밖으로 나와 숙소 건물을 향해 걸어갔어요. 마인드컨트롤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괜히 눈 위로 부츠 질질 끌며 숙소로 가던 그때

 

한숨 푹 쉬며 무심코 올려본 하늘에 이상한게 보였어요.

 

내 머리 윗쪽 하늘부터 숙소건물 너머 먼 곳까지를 하얀색 거대한 선이 가로지르고 있었어요. 응? 이 밤에 하늘에 왠 줄이 그어져 있지?

 

 

 

하늘에 그어진 거대한 선이 이상해서 계속 들여다보다보니 어느새 눈이 암적응을 했고, 그 선은 점점 초록색으로 변해갔어요.

 

어.....어......어.....................저거 설마....................오로라야?

 

아?!!!!

 

오로라다 오로라야!!!!!!!

 

 

너무 놀라서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던 나. 전혀 상상치 못하던 순간에 눈 앞에 오로라가 나타났으니까요. 희망을 버린 그 순간에 기적처럼 나타나다니..... 게다가 눈으로도 뚜렷이 보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오로라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웃긴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왔음에도 입밖으로 나오는 말이라곤 그저

 

우와......와.....

 

뿐. 사람이 너무 놀라면 입이 붙어버린다더니 지금 제가 딱 그 짝이네요. 한참을 우와 우와 거리다 겨우 정신 차리고 씻고 나와 머리는 산발을 해가지고는 방으로 뛰어들어가 삼각대와 카메라를 가지고 바로 튀어나왔어요. 빨리 안나오면 이 오로라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대추나무 사랑.....아니 숙소위에 오로라 걸렸네. 저 지붕이 숙소 건물

 

 

숙소 앞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오로라 사진을 찍는데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며 간지나게 제 옆을 지나던 북유럽 할머니 왈, "저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보면 빛이 없어서 더 잘 보여~ 저기로 가서 봐" 하시곤 본인은 이런 오로라 겨울마다 수도 없이 본다는 듯한 시크한 표정을 하며 야간 스키 타고 저멀리로 가버리심 ㅋㅋㅋ

 

 

오로라와 나

 

 

 

할머니 말대로 어두운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오니 훨씬 더 선명해진 오로라와 별들.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풍경이 정말 실화란 말인가 ㅠㅠㅠ 오로라를 처음 본 것도 너무 감동이었지만, 가까스로 보게 된거라 더 감동이 컸어요.

 

 

 

오로라와 나2. 온 하늘을 뒤덮은 오로라
오로라가 넘실대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커튼같다.

 

 

물론 제 눈보다는 카메라가 오로라를 더 아름답게 담아내는 것은 사실이에요. 실제로는 이렇게 선명한 초록으로까지 보이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본 오로라는 오로라지수가 꽤 높은 오로라여서 육안으로도 오로라가 커텐처럼 넘실거리며 춤을 추는 것까지 보였어요.

 

혼자 고생고생해가며 이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여기까지 온걸 한 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하늘에서 넘실넘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오로라가 신기해서 영하 30도 날씨에 온 몸이 꽁꽁 어는 것도 모르고 한 시간 넘게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봤던 이날 밤. 더 많은 오로라 사진은 아래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어요!

 

<지난 포스팅>

핀란드 오로라 여행 :: 5일 만에 드디어 만난 Aurora (Part.2)

 

핀란드 오로라 여행 :: 5일 만에 드디어 만난 Aurora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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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이네요. 이런 날 해야할 건 모다? 음주파티 ㅎㅎㅎㅎ 같은 방 동생과 창밖의 오로라를 안주삼아 소박한 술판을 벌였어요. 술 마시다 심심하면 밖에 한 번씩 나와 오로라 보고, 추워지면 들어와서 다시 술 마시고, 또 나와서 오로라 보고...

 

정말 행복했던 이 날 밤.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은 한 없이 따스해졌던 밤이었어요. 

 

 

 

 

길어지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희망을 잃어가고 마음 속에는 우울감과 화가 가득한 요즘,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맥주 한 캔 홀짝이며 종이에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나는대로 주욱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 '오로라 여행가기'도 슬쩍 끼워넣어보는 것도요.

 

정말로 코로나가 끝나는 그때엔 오로라 보러 갈 분들을 위한 꿀팁도 적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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