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알맹/17 쿠바 여행

쿠바 아바나 ::중식당 Tien Tan ::내가 해외에 와서 중국집을 가다니..

알맹e 2017.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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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2일 쿠바 여행 DAY 8


2017. 8. 9 (수)

아바나(La Habana)


오늘의 일정

바라데로 호텔 체크아웃 - 아바나로 이동(콜렉티보) - 숙소 구하기 - 점심식사(TienTan) - 혁명광장/호세마르띠 기념탑 - 코펠리아 - 말레꼰 - 수제맥주집(Factoria Plaza Vieja) - 숙소



(앞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쿠바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 사람들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호아끼나, 오달리스, 요반나, 차메로, 레오....

한국인한테 유명한 까사(숙소)의 주인이름이다.


쿠바는 숙소 예약 시스템이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숙소 예약없이 여행을 와서 즉석에서 숙소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또한 그 케이스였다. 이렇게 대책없이 여행온 사람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시는 분들이다.


만약 다짜고짜 이 분들을 찾아왔는데 그 숙소에 남는 방이 없으면 낭패 아니냐고?

쿠바의 인심은 굉장히 후하다. 찾아간 까사에 방이 없으면 까사 주인이 근처 다른 까사를 소개해준다. 소개받은 까사가 맘에 들면 그곳에 묵으면 되고,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가면 된다. 특히 아바나 같은 대도시는 널린게 까사라 방을 못 구할 걱정은 없다.


다만 방 컨디션이 문제일뿐.



나와 황훈녀가 다짜고짜 오달리스 아줌마네 까사로 추정되는 건물을 찾아갔을 때, 건물 어디에도 '오달리스'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ㅠㅠ 


우리가 복도를 왔다갔다 어리버리 때리고 있는데, 복도에 앉아있던 흑인 오빠가 어딜 찾느냐고 물었다. 복도에 겨우 의자 하나 갖다 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할일 없는 쿠바노인줄 알았던 그 흑오빠는 알고보니 이 건물의 가드였다.


-여기 오달리스네 맞아?


물으니 품에서 옛날 골동품같은 휴대폰을 하나 꺼내 전화를 거는 가드 오라버니. 잠시 통화후 끊더니 우리더러 여기서 잠시 기다리란다. 다행히 오달리스 아주머니를 알고 있나보다.


"오달리스 is coming. Her friend 케냐 is coming."


왜 친구를 대동하고 온다는건진 몰랐으나 기다리라니 기다렸다. 잠시 후 우리 앞에 두 아줌마가 나타났다. 작고 아담한 커트머리 아줌마 한 명과 안경쓴 흑인 아주머니 한 명.


키 작고 아담한 커트머리 아줌마가 바로 그 오달리스 아줌마였다. 


<우리가 묵게 된 케냐 아주머니 까사 입구>


내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훨씬 작고 귀여우셨던 오달리스 아주머니는 내가 쿠바에서 만난 까사 주인들 중 영어를 가장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이었다. 아줌마네 까사는 아쉽게도 풀북이라며 옆에 있는 친구의 까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오달리스 아주머니와는 달리 영어를 거의 하나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며 웃고계셨던 흑인 아주머니. 


그렇게 우리는 케냐 아주머니 까사에서 쿠바에서의 마지막 이틀을 보내게 되었다.


천장이 유독 높은 식민지풍 건물이었기에 방은 탁 트여서 좋겠다며 좋아했는데 웬걸.... 문 열고 까사로 들어가니 내부를 개조해서 복층구조로 만들어놨던지라 천장이 굉장히 낮았다. 




그래도 1층이니 짐들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 안해도 되겠네 하고 애써 웃고 있는데 보란듯이 눈 앞에 나타난 가파른 계단. 복층구조의 복층(2층)이 우리방이었다. 화장실도 방내부에 있지 않고 1층에 따로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드디어 방. 역시나 천장이 낮아서 대한민국 여자 평균 신장을 가진 내가 거인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방 컨디션도 그냥 그랬다. 이 까사의 첫인상은 썩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바라데로에서 아바나로 오면서 이미 지치고 땀에 절었기에 다른 숙소를 찾아 다시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아 그냥 묵기로 했다.


케냐 아줌마와 오달리스 아줌마는 숙소 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고는 숙소를 떠나셨다. 아줌마는 친절하셨으나 숙소 컨디션은 그다지 칭찬할만한게 없다. 그냥 쿠바라 그러려니 한다.



우리는 짐을 놓고 나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사진에 우연히 나온 가드 오빠 ㅋㅋ 머무는 동안 까사 주인보다도 가드 오빠를 더 자주봤다. (주인이 상주하지 않는 까사였음)


우리나라 아파트 경비원도 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쿠바 경비는 더하다.... 변변찮은 사무실 하나 없이 저렇게 근무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항상 저 자리에 앉아서 멍 때리거나 책 읽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듯 했음.



다행히 까사 위치는 정말 좋아서

걸어서 조금만 가면 오비스뽀 거리, 라플로리디따, 중앙 공원, 까삐똘리오가 나온다. 일정 중간중간 잠깐 들러서 짐 놓고 오거나 잠깐 쉬기에 좋았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우린 그동안 맛없는 쿠바 음식에 은근히 질려왔음을 인정하고 중국집 가서 뭔가 매콤한 걸 먹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제껏 15개국을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중국집이나 한식당 근처에 가본 적 없이 현지 음식만 먹고 다녔던 내가 중국집을 간다는게 왠지 굴욕스러웠지만 쿠바 음식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ㅎㅎㅎ


동남아 가면 고수도 시금치 먹듯 잘 먹고, 이탈리아에선 삼시세끼 파스타만 먹어도 안물리는 내가 쿠바에선 항복하고 중국집엘 가고 있다.



중식당까지 걸어가는 길~

일주일전 봤던 풍경들을 다시 보니 익숙하다. 내리 쬐는 더위도 이젠 좀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쉽게도 더위엔 적응할 수가 없다.




투어용 올드카가 즐비한 까삐똘리오 옆 거리

이 주변은 그저 잠시 서있기만 해도 올드카투어 호객꾼들이 끊임 없이 들러붙는다. 올드카 투어는 내일 오후에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스쳐지나간다. 





지나가는 길에 까삐똘리오 앞에서 사진도 남기고 ㅎㅎ




<쿠바에서 고터까지 모십니다>


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오잉???? 까삐똘리오 뒷쪽으로 넘나 익숙한 버스가....


고터가는 버스가 왜 여기에 ㅋㅋㅋㅋㅋㅋ 

번호판만 아니었으면 순간 여기가 한국인가 할 뻔 했다. 쿠바엔 옛날 한국 자동차들이 꽤나 많기에 사실 새로울 건 없지만, 버스까지 그대로 와 있는 줄은....





말끔한 까삐똘리오 뒷편으로는 이렇게 폭격맞은 것 같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반면 또 어떤 곳은 나름 이렇게 알록달록 깔끔해서 마치 유럽 어딘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게 쿠바.




드디어 차이나타운에 들어섰다. 근데 명색이 차이나 타운인데 중국인은 커녕 동양인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 없는 차이나타운이라.... 이것 또한 신기하다. 차이나 타운 내 식당들 앞에는 호객하는 직원이 한 명씩 나와 서로 자기 식당에 오라며 열심히 호객중이다.


우리가 가려던 티엔탄 역시 한 명이 열심히 호객행위 중이었는데, 내부에 들어가니 손님이 한팀밖에 없었다. 첨엔 내가 바로 찾아온게 맞나 확인까지 했다.




어둑어둑했던 내부 덕에 내 카메라 상태가 메롱이다 ㅠㅠㅠ


놀라운 건 중국집인데 주인은 중국인이 아니다 ㅋㅋㅋㅋ 길에서 볼 만한 여느 쿠바노들이 운영하고 있는 중국집이었다. 중국인 없는 차이나타운에 와서 쿠바인이 운영하는 중국식당엘 왔다. 내가 ㅎㅎ






메뉴판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기는 한데 중국음식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 이게 대체 뭔 음식인지 알아볼 수가 없.....


훈녀가 마파두부 먹어보고 싶다 해서 마파두부 하나 시키고, 나머지는 직원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물어 피엠피엠 면(Piam Piam Mian)이라는 면요리를 시켰다. 제발 좀 매콤칼칼한 맛이 나길 바라면서...





각자 다이끼리, 맥주 한잔씩 시켜서 마시고 있으니 나온 마파두부


한국에서 먹던 살짝 매콤칼칼한 마파두부가 아니라 달콤짭쪼름한 마파두부였다. 우리가 생각한 스타일의 마파두부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아시아음식의 향기를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피엠피엠면

탄탄면같은 비주얼을 상상했는데, 그건 아니고 국물없이 자작하게 양념이 벤 (우동면같은) 굵은 면이랑 견과류, 채소를 비벼 먹는 음식이었다. 중국음식 특유의 기름섞인 짭쪼름한 양념 맛에 견과류의 고소함이 섞인 맛. 얘 또한 그다지 맵다는 느낌은 없었다.




쿠바에서 먹는 중국음식은 우리나라식 중국음식과는 또 달랐지만, 그간 쿠바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들과 비교하면 진짜 열심히 먹었다. 엄청난 맛집이니 쿠바에 오면 꼭 가보세요! 보다는


우리처럼 쿠바 음식이 물렸을 때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은 곳이지 싶다. 우리가 식사하는 중간에 서양인, 동양인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계속 조금씩 들어왔던 곳. 둘이서 술 두잔, 음식 두개 시키고 14쿡 나옴


아 그리고 이곳에서 웃겼던 일!

마실 것 시키려고 직원을 부르려는데 아무리 쳐다보고 있어도 눈이 안마주치길래 나중엔 한 손을 살짝 들어서 불렀더니 받으라는 주문은 받으러 오지도 않고 멀찌감치서 나한테 윙크하면서 자기도 한 손을 드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종업원한테 작업거는 작업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제길




밥 먹고 배 두드리면서 나와 다음장소로 가는 길.

 

저녁식사는 내가 아바나에서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오바마가 방문했던 식당에서 먹고 싶어서 예약을 하러 찾아갔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ㅠㅠㅠㅠ 결국 가지 못했는데, 나중에 귀국해서 몇 주 있다 배틀트립 쿠바편 보니 김태훈, 이원석씨가 이 곳에 가서 식사했더라


여행은 계획을 하더라도,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면서 혁명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아우디 택시 사기꾼을 만났지


다음 편에 계속


<알맹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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