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알맹/17 쿠바 여행

쿠바 아바나(하바나) :: 아우디 택시 사기꾼, 체게바라, 혁명광장, 코펠리아

알맹e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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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2일 쿠바 여행 DAY 8


2017. 8. 9 (수)

아바나(La Habana)


오늘의 일정

바라데로 호텔 체크아웃 - 아바나로 이동(콜렉티보) - 숙소 구하기 - 점심식사(TienTan) - 혁명광장/호세마르띠 기념탑 - 코펠리아 - 말레꼰 - 수제맥주집(Factoria Plaza Vieja) - 숙소



 바에는 올드카가 많다. 올드카라 하면 매우 낭만적일 것 같은데, 현실은 올드카라 쓰고 똥차라 읽어야 한다.

 

1950년에 생산된 쉐보레가 아직도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 옛 소련 자동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이미 박물관에나 있을 티코가 여전히 현역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 정도는 애교인 나라다.


배틀트립 쿠바편을 보다보니 쿠바에 유독 올드카들이 많은 건 쿠바정부에서 수입차에 매기는 세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입차들은 중고차라 할 지라도 일반인이 몇 십년치 월급을 모아도 살까말까한 가격이라고. (쿠바 공무원 월급이 20달러 정도) 


중고차라 할지라도 대략 2~3000만원이고, 조금 괜찮은 신차면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사람들 월급에 그 돈 모으려면 ㄷㄷ.....(쿠바 얘기할게 아니다. 한국의 핵서민 사회초년생인 나도 1억은 구경해본 적 조차 없다ㅠㅠ)


그래서 1950~60년대에 들여놨던 차를 계속 고치고 고쳐서 꾸역꾸역 타고 다닌다는데....

쿠바에서 올드카가 아닌 차를 탄 다는 건 한 마디로 돈 좀 있다는 말이다.


(앞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저녁 6시 지만 아직 쨍쨍한 하늘. 

다행이도 더위가 한풀 꺾여서 (한풀 꺾였다 해도 여전히 개더움 주의) 혁명 광장에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쿠바에 왔는데 쿠바의 상징은 보고 가야지


하지만 다른 관광지들에 비해 혁명광장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가기는 도저히 불가능 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우리가 나온 도로변에는 도무지 택시가 코빼기도 안보인다. 신기한게...꼭 택시들은 필요없을 땐 여기저기 널려있고 정작 필요할 땐 안보인다는거ㅠㅠ


계속 도로만 보고 있기를 몇 분, 겨우 지나가는 택시를 한대 잡았는데


이 택시.....무려 아우디다.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희귀할 것도 없는 자동찬데, 여기가 쿠바라면 또 말이 다르다.


60년된 똥차가 널린 쿠바에 신형 아우디.........어마어마한 세금까지 붙이고 나면 과연 가격이 얼마나 할 것 같은가....게다가 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냄새를 맡았어야 했는데 불행이도 난 그 택시를 내 손으로 잡아탔다. 너무 더운 나머지 정신이 훼까닥 돈게 틀림없다.


쿠바에서 굉장히 흔치 않게 에어컨이 무지 빵빵했으며 깨끗하고 안락한 내부, 소음 없이 안정적인 주행, 심지어 블루투스 기능도 있다. 분명 이건 새차다. 게다가 기사는 팔에 금붙이를 휘감고, 폰은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그 부내 철철 나는 쿠바 기사놈은 차로 가면 금방인 거리를 태워주면서 10쿡을 요구했다. 우리돈으로 하면 만원이 넘는 금액이거늘......이제까지는 택시를 탈 때 늘 흥정하고 타서 가격을 미리 알고 탔는데, 이땐 왜때문인지 흥정도 안하고 그냥 탄 내 불찰이다.


이놈은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등쳐먹어서 아우디를 산걸까. 돌아가는 길에 바퀴에 꼭 빵꾸나길 바라는 바이다.




기사놈이 개객끼여도 여행은 계속해야 하기에 내려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마치 합성한 것 같은 구름이 호세마르띠 기념탑 근처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매우 덥다


기념탑 1층엔 호세마르띠 기념관이 있고, 돈을 내면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데 우린 그냥 밖에서만 보고 입장하진 않았다. 쿠바 독립의 아버지격인 호세마르티. 까삐똘리오 옆 중앙공원에 있는 동상도 호세마르티다. 아바나 공항 이름도 '호세 마르티 공항'

쿠바에서 이 사람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피델카스트로나 체게바라는 호세 마르띠보다 한 세대 뒤의 사람들이다.




커다란 광장 하나를 두고 호세마르티 기념탑과 마주보고 있는 시엔푸에고스. 정확히 말하면 통신부 건물에 시엔푸에고스 얼굴이 그려져있다. 시엔푸에고스 역시 체게바라, 피델카스트로와 함께 혁명가였다. 




오른쪽 아래 "잘 하고 있어, 피델"이라는 글귀와 함께 그려진 시엔푸에고스는 쿠바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히론에서 트리니다드 가는 길에 시엔푸에고스를 경유해서 갔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시엔푸에고스의 모습이 꽤나 예뻤다. 다음에 또 쿠바를 가면 1순위 방문지로 찜!


 그리고 시엔푸에고스 옆 건물에 자리한 우리의 체 오빠



내가 처음 쿠바로 오는 항공권을 구입했을 때, 내가 아는 쿠바는 '체 게바라'라는 이름뿐이었다. 나처럼 쿠바가 어떤 나란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체 게바라는 사실 쿠바 사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심지어 혁명가 이전의 직업은 의사. 진지하다 이런말 해서 좀 그렇지만 잘 생기기도 했다 >_<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 출신 의사가 쿠바의 혁명에 참가하기까진 아마도 어떤 깨달음이 있었겠지. 쿠바 독립에 성공한 후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나라의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뒀으나 아직까지도 체 게바라의 영향은 엄청난 것이라 시내 기념품가게는 이 오빠가 다 독점중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글귀와 함께 이젠 쿠바의 상징으로 남게 된 체 게바라. 시엔푸에고스와 체 게바라 얼굴은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린 공항에서 시내오는 택시 안에서 잠깐 봄.


갑자기 역사 인물 얘기하면서 진지 빨려니 내가 다 어색하다.;;;





이 곳은

광장=탁트임=그늘 없음=더움


의 공식이 성립하는 곳이므로 해가 한창인 오후 1시~5시 사이엔 방문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우린 저녁 6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지만 더웠다.


계획없이 여행하는 우린 혁명광장을 둘러보고나자 급 할게 없어졌다. 뭐하지 뭐하지 하다 코펠리아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말레꼰까지 가보기로 했다. 코펠리아랑 말레꼰까진 걸어서 가보기로...사실 더웠지만 아까 그 아우디 택시놈의 영향으로 인해 에라 모르겠다 그냥 걸어보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도 사실



걸어가는 길이 덥긴 했지만, 가는 길에 현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닭장 같은 버스 안에 구겨타고 가는 사람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현지인들, 그리고 낡은 집들




길가다 살짝 본 대학교 운동장에는 이렇게 축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막대만 덜렁 세워둔 골대가 인상적





병원인듯 한데 체 오빠 얼굴이 걸려있다. 아마 체도 의사 출신인거랑 관련 있지 않을까?



<훈녀와 미니카. 이런 차를 효도르같은 남자가 타는 거 보고 깜놀>


걸어걸어가다보니 베다도 지역이 나왔다. 굳이 가려고 하진 않았던 곳인데 자연스레 베다도 지역을 둘러보며 이동중~ 베다도는 올드 아바나보다 예쁜 가게나 깔끔한 건물이 많아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쿠바에서 이렇게 제대로된 횡단보도는 오늘 처음본다. 이 횡단보도를 지나니 드디어 국영 아이스크림 가게 코펠리아 도착!!




코펠리아 앞에서 

쿠바온지 8일 만에 드디오 "울띠모"를 들었다 ㅋㅋㅋ 이 앞에서 줄 서 있는데 현지인이 오더니 "울띠모"를 시전한 것. 우린 실제로 "울띠모"라는 말을 들어서 싱기방기. 그들은 우리가 가진 미니 선풍기를 보면서 싱기방기


잠시 기다리니 경비원이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그런데 가게 하나 덩그러니 있으려니 생각했던 코펠리아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아이스크림도 한 곳에서만 파는게 아니라 여러곳에서 팔고 있어 어디가 진짜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사먹어야 하는건지 멘붕왔다가

거기 있던 사람한테 물으니 우릴 2층으로 안내한다. 근데 안내받은 2층 매장은 에어컨 빵빵해서 넘나 좋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여긴 뭐지.......... 여기서 2스쿱에 2쿡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도 혼란이 가시질 않았다.





카라멜, 초코, 바닐라, 딸기 등의 맛이 있었는데 우린 각자 2스쿱씩 먹어서 각각 2가지 맛을 골랐다. 주문하면 위에 쿠키 가루를 뿌려준다. 내가 먹었던건 초코랑 바닐라. 훈녀는 카라멜과 바닐라를 먹었던 것 같다. 바닐라야 뭐 무난무난한 맛이었고, 초코랑 카라멜 중에선 초코가 더 맛있었다. 같이 뿌려주는 쿠키가루랑 먹으니 고소하니 먹을만 했다.


[1달러=1쿡=24쿱(모네다)]

그리고 이 수상한 아이스크림집의 진실은 나중에 숙소 돌아와서야 가이드북을 보고 알게 되었다. 쿱, 쿡 두가지 화폐를 써서 관광객이 좀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쿠바에선 아이스크림가게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코펠리아 내부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몇 곳 중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곳에서 줄서서 사먹으면 1스쿱에 5쿱(CUP) 이내로 초저렴하게 먹을 수 있지만, 외국인 전용 매장에 가면 한 스쿱에 1쿡(CUC)을 주고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물론 두 아이스크림은 같은 아이스크림이라는 것도 ㅎㅎㅎ


사실 외국인 가격으로 먹어도 우리돈으로 계산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건....  시원한 에어컨 값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도 실외자리는 찜통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이스크림 맛!

코펠리아의 아이스크림 맛은 나쁘지 않았다. 난 나름 괜찮게 먹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맛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맛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우리나라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더 많다. 하지만 쿠바의 코펠리아가 이렇게 인기많은 것은 아마도 여기가 쿠바이기 때문일거다. 


말레꼰 방문기는 다음 포스팅에 계속

<알맹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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