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캠핑 알맹

#6 정선 민둥산 백패킹 / 억새 산행지/ 난 왜 이 고생을 하는가

알맹e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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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백패킹

강원도 정선 민둥산 백패킹 / 억새 산행지 

 

-저질 체력이 갔다가 이틀 앓아 누운 가을 민둥산, 하지만 사량도에 비하면 약과였다는 걸 일주일 후에 깨닫게 되는데...

 

8월 10일 통영 매물도 백패킹을 마지막으로 너무 더워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추석 지나 9월 25일 여섯 번째 백패킹을 다녀왔다. 더운 여름을 버티고 드디어 가을 백패킹을 즐기게 되서 행복 ㅠㅠ 드디어 침낭 성능 시험해볼 수 있는건가 ㅎㅎ (여름엔 더워서 침낭 거의 안씀)

 

9월 말의 민둥산

 

백패킹 박지 검색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민둥산 백패킹! 가을 억새 산행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정선 민둥산 백패킹은 한 번쯤 가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가입해놓고 눈팅만 하던 소모임에 민둥산 벙이 올라와 처음으로 참석하게됨. 처음 보는 사람 세 명과 같이 백패킹 간다고 엄마한테 말하면 등짝 스매싱감인데, 그렇다고 친구랑 가자니 백패킹의 특성상 장비가 필요하므로 백패킹 안하는 친구랑은 같이 가기가 사실상 어려운 부분.

 

부부 or 연인 백패커들이 이럴 땐 좀 부럽다 ㅠㅠ 어쨌든 알맹이같은 외로운 솔로 백패커들에게 백패킹 소모임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행들과 중간 지점에서 만나 같이 이동했다. 경기도 남부에서 차로 2시간 40분여를 달려 만난 민둥산역. 민둥산은 기차역이 있어서 뚜벅이 백패커들이 가기도 좋은 곳이라고 한다. 민둥산도 식후경이쥬?   

 

8000원짜리 곤드레밥을 시키면 나오는 구성. 왕 계란말이만 해도 술집가면 얼마여... 가성비도 갑, 맛도 좋음

 

8000원에 맛도 좋고 가성비 개쩌는 곤드레밥 싹싹 비워주고, 아직은 어색어색한 일행들과 함께 콜밴을 타고 민둥산으로 향한다.

 

산에 왜 콜밴을 타고 가냐구여? 시즌이 시즌인 만큼 가을 민둥산은 억새 백패킹을 하러 온 백패커들로 문전성시. 늦게 올라가면 모든 박지가 만실일 확률이 높아 좀 더 빨리 가는 방법을 택했다.

 

 

흔히 민둥산 등산을 할 때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등산코스인 증산초 앞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콜밴을 타고 가면 산에 나 있는 임도 끝까지 올라간 후 거기서부터 등산을 하면 되서 30~35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최단코스라면 최단코스랄까 ㅎㅎ 대신 돈이 든다.

 

콜밴 기사님의 슬라이드식 트렁크. 진심 탐났다. 짐 많은 캠퍼들이라면 탐날 듯

 

백패킹 배낭 4개 넉넉히 실어지는 대형 콜밴으로 임도 끝까지 갈 경우 기본료 30000원인가 35000원인가 낸다. (내가 낸게 아니라서 정확히 기억이;;;) 혼자 이용하기엔 비싼 것 같고, 4명 정도가 같이 간다면 이용해 볼만 한듯!

 

우리처럼 콜밴 이용하는 사람보단 일반적인 코스로 등산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실 듯 하여 아래에 증산초 앞 들머리 위치 지도 링크도 첨부한다.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구요. (요 들머리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http://naver.me/xkxr2I6o

 

민둥산증산초교등산로입구 : 네이버

리뷰 97

m.place.naver.com

 

우리는 올라갈 때는 콜밴타고 임도로 갔기에 이 들머리를 이용하지 않았고, 내려올 때는 걸어내려왔기 때문에 요기로 내려왔다. 하산할 때는 급경사코스로 하산했는데 중간에 쉼터에서 쉬엄쉬엄 쉬면서 내려왔더니 정상에서부터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다. 후....근데 민둥산은 초보자용 산은 아니다...ㅋㅋㅋㅋㅋ

 

 

이 때까지만 해도 해맑았다. 콜밴비 플렉스 한 대신 다른 등산객들은 낑낑거리며 올라가는 길을 치고 나가는 쾌감 ㅎㅎ 내려서 30분~35분만 등산하면 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했는데, 그 35분이............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ㅋㅋㅋㅋㅋ 

 

 

체감으로는 거의 45도였던 경사 ㅋㅋㅋㅋ아니 완경사 코스라면서요? ㅋㅋㅋ이게 완경사에요? ㅋㅋㅋㅋㅋ 평소 운동 거의 안하는 저질체력 알맹이는 15키로짜리 박배낭 메고 이런 미친 경사를 오르려니 속으로 SSIBAL이 분당 60회 재생될 정도.

 

게다가 길은 검은색 고무가 깔린 길이고 별다른 조망도 없어 노잼. 억새가 보이는 풍경은 거의 정상에 다다라서야 볼 수 있다.

 

이건 코스중 쉬웠던 곳. 진짜 힘들 때는 사진도 못찍었다.

 

운동으로 단련돼 체력 좋은 일행들도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올라갔다 ㅋㅋㅋㅋㅋ물론 꼴찌는 나^^.....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잘 올라가더라..... (알맹아 운동 좀 하자...)  콜밴 타도 이런데 밑에서부터 1시간 30분을 등산했으면 난 어떻게 됐을까......

 

 

아무튼 지난 번 갔던 선자령은 1시간 30분 정도를 올라가면서도 힘든 길이 많지는 않았는데 민둥산은 아니었다 ㅎㅎ 그 어떤 등산보다 강력했던 35분....  초중상으로 따지면 중급 정도는 되는 듯. 확실히 선자령 보단 난이도가 높다.

 

일행이 찍어준 알맹이

그리고 신발은 무조건 등산화를 신을 것이며, 등산스틱도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난 등산화가 없어서 런닝화(운동화) 신고 갔는데, 올라갈 땐 괜찮았는데 내려올 때 미끄러워서 힘들었다 ㅠㅠ 다녀오자마자 등산화 구입함^^ 그리고 내려오는 코스가 은근 무릎 아픈 코스다... 무릎 조심!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 폐 끼치기 싫어서 이 악물고 오르다보니 드디어 등장하는 억새. 억새 산행지로도 유명한 민둥산은 올해의 경우 10월부터인가 억새 축제라고 하는데 축제 기간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탓에 백패킹은 사실상 어려울 듯 하다. 우린 축제 전 방문했다.

 

아니 근데 이 곰탕 날씨 뭐야 ㅠㅠㅠ 게다가 갑자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미스트 마냥 흩날리는 비를 그냥 맞으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길이 미끌미끌해서 러닝화 신은 나는 특히 더 조심해야 했음

 

 

어서와 이제 곰탕은 익숙하지?

 

억새는 정말 멋진데 날씨가 정말.... ㅠㅠ 이러다 얼른 개기만을 바랄 뿐. 정상에 2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정상 부근 데크 및 그 아래 데크까지 거의 만실이었다. 주말+가을 여파인 듯. 

 

다른 사람들 텐트
좁은 자리에 옹기종기 친 우리 텐트

정상 데크 중 지형지물 때문에 조금 불편한 자리 하나만 빼고 만실이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불편한 데크에서 등산객들이 갈 때까지 대기하다 발 디딜 틈도 없이 텐트 4동을 겨우 피칭했다. 날씨가 구려 더이상 올라오는 등산객도 없었다. 이때까지 다녔던 박지 중에 사람이 역대급으로 많았던 이번 민둥산 백패킹.

 

 

아 데크에 텐트 피칭하실 분들은 참고! 데크 간격이 좁아 오징어 데크팩은 안들어갑니데잉. 오징어팩 말고 나사팩 챙겨 가시길!

 

 

오늘의 집 뷰! 날이 맑아야 억새가 금빛으로 빛나서 더 예쁠텐데 역시나 아쉬운 날씨. 그래도 다음날 가기 전엔 살짝 개서 금빛 억새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갔던 9월 말엔 낮엔 반팔 입고 산에 올랐는데, 정상의 기온은 지상과는 달라서 정상에서 땀이 식는 순간 어마어마하게 추워졌다. 위에 입을 경량 패딩은 필수로 꼭 가져가세여! 나도 로켓배송으로 하루 전 부랴부랴 구입해갔는데 요긴하게 잘 입음. 가을 밤 산은 정말정말 춥다. 경량 패딩에 핫팩도 꼭 챙겨가시길!

 

 

인당 음식 한두 가지씩 알아서 챙겨오라 해서 고민고민하다 챙겨간 편육과 오뎅탕 ㅎㅎ 비화식 최고봉인듯! 근데 일행들은 부추+훈제오리, 참치 까나페, 닭갈비 등 으리으리하게 챙겨와서 괜히 쭈구렁 

 

저 무거운 음식들을 배낭에 다 싣고 오다니 대단한 분들..... 지난 포스팅

 

백패킹 5번 하고 알게된 내 캠핑스타일 & 초보가 초보에게

 

백패킹 5번 하고 알게된 내 캠핑스타일 & 초보가 초보에게

백패킹 다섯 번 해보고 깨달은 내 캠핑(백패킹) 스타일 & 느낀 점 6월 8일 블로그에 백패킹 신생아 같은 첫 글을 하나 남긴 후 7월 2일 대망의 첫 백패킹을 떠났었다. 그 후 8월 13일까지 한 달이 좀

almenge.tistory.com

 

에서도 썼지만 난 배낭 무거운 거 딱 싫어서 음식을 간소화 하는 스타일인데 나랑은 반대되는 분들을 처음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낯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백패킹 하는 걸 조금 걱정하며 나갔는데, 백패킹의 특성상 야외에서 먹고 싸고 야영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지라 전우애 같은 느낌으로 금방 친해져서 신기했다.... 오늘 처음 보는 언니인데 같이 화장실 자리 보러 다니고 망 봐주고ㅋㅋㅋㅋㅋ이러는데 어떻게 안 친해질 수 있나여

 

 

 

가져온 음식들로 1차전을 벌이다보니 어느덧 텐풍의 시간이...! 이때까지 갔던 백패킹은 나랑 친구말곤 사람이 거의 없어 텐트 박람회 같은 텐풍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 민둥산에서는 알록달록 다양한 텐풍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텐풍 찍고 들어와서 벌이는 2차전. 내가 가져간 고래사 어묵탕과 일행 언니가 손수 준비해온 참치 카나페. 언니는 신선하게 가져 오려고 디팩 안에 얼음물이랑 치즈, 참치, 채소, 마요네즈를 따로따로 가져와 여기서 조물조물 섞어 정성스레 하나씩 올려주는데, 이렇게 조신할 수가 없다. 좀 닮아야겠....ㅋㅋㅋ

 

그리고 난 무거울까봐 술을 맥주 500 한 캔, 소주 200 플라스크 하나만 챙겨 갔는데, 일행 오빠는 640짜리 소주 페트 몇 병에 맥주 페트까지 챙겨옴 ㅋㅋㅋㅋㅋ대체 이분들 배낭은 몇 kg나 나갈지 궁금하다...

 

일행 언니 오빠가 준 샤워 티슈

 

게다가 여벌옷도 없이 쩔은 옷 입고 돌아다니는 초보 백패커 알맹이에게 본인의 소중한 샤워 티슈까지 하사해주셨다♡ (근데 아직 안썼다는게 함정...알맹이 너란 백패커 the love...다)

 

 

그리고 밖에 나오면 음식이든 술이든 평소량보다 쭉쭉 들어가는 마법 아시져? ㅎㅎ

 

오늘 처음 만났지만 좋은 일행들, 그리고 캠핑 버프를 받아 이거 어떻게 다 먹나 했던 640짜리 소주 페트 5병과 맥주 페트 1병, 맥주 500 3캔, 일행 오빠가 플라스크에 깨알같이 담아온 잭다니엘까지 4명이 다 뿌수고 잠들었다.

 

다들 그렇게 마시고도 누구 하나 언성 높아지는 사람도 없이 평소같은 모습 유지하는 술고래같은 면모 ㅋㅋㅋㅋ이 사람들 진짜 대박이다. 나같은 사람들이 어디 흩어져 살고 있다 이제야 나타난건지 ㅋㅋㅋㅋ

 

 

텐트 안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 근데 아침 일찍 부터 일어나 설친데다 등산까지 했더니 피곤해서 뭔가 해보기도 전에 바로 꿀잠.

 

 

옆 텐트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6시 무렵 눈을 떴는데 어제보다 더한 곰탕이 맞아준다 ㅋㅋㅋㅋㅋ이거 원...

 

오늘 날씨와 딱인 이름의 커피를 마시며(ㅋㅋㅋㅋ드립 커피 이름 찰떡...) 이른 아침 정리하고, 인증샷 찍은 후 하산!

 

 

이름도 귀여운 돌리네 지형

 

있는 내내 흐리다가 가려고 하니 귀신같이 맑아지는 얄미운 너란 날씨...잊지 않겠다. 잠시뿐이었지만 맑으니 훨씬 볼만한 풍경. 잠깐이었지만 이제서야 민둥산 같다.

 

 

 

먹고 마신 쓰레기도 봉지에 알차게 담아 배낭에 대롱대롱 메달고 하산! 

 

 

 

미러리스와 드론을 짊어지고 온 일행들 덕에 사진도 역대급으로 많이 남겼던 이번 백패킹. 전날 비가 와 땅이 미끄러워 내려오는 1시간 50분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지만, 그래서 이틀 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려서 계단도 못내려갔지만....  색다른 추억 하나가 더 생겼다.

 

(내려와서 화암동굴까지 간건 안비밀..제 2의 등산이었다. 정말 죽을 뻔.....ㅋㅋㅋㅋㅋㅋ)

 

내려와서 장칼국수에 곤드레 막걸리 한 사발

 

그리고 알맹이는 일주일 후 소모임에서 통영 사량도를 가게 되는데, 정선 민둥산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사량도 백패킹 이야기는 언제 올리지...

 

늘 그렇듯 TMI 낭낭한 긴 포스팅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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