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백패킹-(2)
경남 통영 매물도 폐교 캠핑장_시설, 바닷가 캠핑 음식은 역시...!
여름은 아니야.. 봄&가을 추천!
이 포스팅은 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포스팅 링크는 아래에!
이번 2편에서는 경남 통영 매물도 캠핑장 시설 및 지난 번에 이은 백패킹 후기, 매물도 백패킹할 때 추천하는 캠핑 음식도 살포시 추천해볼게요.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지난 포스팅 링크>
#5-1 통영, 거제도 캠핑장 :: 매물도 폐교 섬 백패킹 (+배시간표)
후기가 구구절절 길므로 원하는 정보만 보실 분은 아래 목차에서 원하는 곳을 클릭하면 바로 그 부분으로 이동됩니다!
목차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8월 더위를 끌어안고 백패킹 하려고 남해안의 섬에 들어온 알맹이. 녹아버릴 것 같은 날씨에 텐트고 나발이고 일단 의자부터 펴고 앉아 맥주부터 들이킨다. 이건 술 아니다. 목말라서 물마시는거다...ㅎㅎ
현상황은 2박 3일 백패킹 중 2일차. 이 여름에 땀은 땀대로 쏟고 이틀 째 샤워를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거 아시는가? 땀 흘리고 샤워를 못하면 처음엔 좀 찝찝하지만 어느 시기(?)를 버텨내면 샤워 안하고 이대로도 쭉 괜찮은 것 같은 너낌이 든다. 참고로 지금은 그 너낌이 들락말락하고 있는 상태다 ㅋㅋㅋㅋ
(알아둬도 쓸모 없는 신비롭지 않은 TMI 죄송ㅠㅠ)
여긴 그래도 캠핑장인지라 샤워실이 있기에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음. 하지만 샤워하기 전 중요한 과제가 하나 있었으니 오늘의 집, 텐트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하는 거였다.
땡볕이지만 바다 전방 1열에 칠 것인가, 후방이긴 하지만 폐교 건물 앞 그늘에서 실리를 취할 것인가
캠핑장 정보가 궁금하신 분도 있을테니 말하자면 캠핑장 앞쪽에는 높은 턱이 있기 때문에 바다 가까운 앞자리에 텐트를 쳐도 텐트 안 또는 캠핑체어에 앉은 상태에선 턱에 가려 바다가 안보인다. 바다는 서 있어야만 보인다. 캠핑장에서 설치한 나무벤치에서는 앉아 있어도 보이긴 하는데 벤치 자체가 몇 개 없어서 항상 누군가가 앉아 있다.
인터넷으로만 봤을 때는 당연히 앉아서도 바다가 시원하게 잘 보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왜때문에 상단에 노출되는 블로그들에선 이런 정보는 아무도 안올리고 다들 '여기 너무 좋아요 오홍홍홍' 이런 감성글만 써놓은건가 싶어 화가 좀 났음ㅋㅋ
여튼 위 사진속 바다 풍경은 턱 위에 올라서야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므로 텐트 앞에서 캠핑 체어에 앉아 바다멍 때릴 생각이라면 이 곳은 거기에 적합하진 않다. 물론 바다가 코 앞이고 내려가는 길도 계단길이 잘 깔려 있어 바다 접근성은 좋다. 비록 서 있어야 하긴 하지만 풍경 예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건물에 가까운 후방은 서 있어도 바다가 안보이므로 어쨌든 땡볕 바다 전방이냐 그늘 후방이냐 결정을 해야했다ㅋㅋ
친구와 텐트 칠 자리를 의논했는데, 계속 결론이 안나서(ㅋㅋㅋㅋ) 일단은 그늘에 팩다운 없이 텐트 자립만 시켜놓고 해가 지면 앞자리로 텐트를 옮길지 말지 생각해보자며 결정을 미뤘다 ㅋㅋㅋㅋㅋ그만큼 더위가 극심했다. 봄가을이었음 고민도 안하고 무조건 바다 가까운 자리를 택했을텐데 말이다 ㅋㅋㅋㅋ
일단은 깨끗이 샤워부터 하면 정신이 좀 들지 않을까 싶어 텐트만 팽개쳐두고 샤워실로 고고. 아무도 안궁금해할 잡설이 너무 길었다. 아래는 캠핑장 시설 사진 올린다.
매물도 캠핑장 시설
1. 샤워실
남/녀 샤워실 모두 이 건물 안에 있다. 복도를 걸어들어가면 안쪽에 남, 여 샤워실이 각각 1개씩 있고, 식기 등을 씻을 수 있는 세척실 및 쓰레기 버리는 곳 또한 이 곳에 있다.
세척실을 지나쳐 복도 안으로 더 들어가면 샤워실이 있다.
복도를 걷다 문득 오른쪽을 봤는데 창밖으로 바다가 뙇! 섬이라 사방이 바다다. 예전에 폐교되기전 여기서 학교 다니던 아이들은 매번 복도 너머로 이런 풍경을 봤겠구나 싶어 부러웠음
폐교를 개조한 곳이어서인지 샤워실 구조가 다소 독특. 문으로 들어가면 중문이 또 하나 있고
신발벗고 중문 안으로 들어가면 방이 있고 방 안에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다. 휴지 및 세면용품이 일체 없어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나 어쨌든 따뜻한 물 잘 나오고 씻기에 무리는 없다.
어느 문을 잠그고 씻어야 하나 고민하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씻었다 ㅋㅋㅋㅋ 씻고 나왔더니 한 여자분이 방바닥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계셨음.
다만 샤워실이 1개 뿐이라 사람 많은 주말에 오면 샤워 대기가 장난 아닐듯! 남자 샤워실은 못봤지만 비슷한 환경이지 않을까 싶음. 난 주중에 가서 사람이 별로 없어 대기 없이 씻을 수 있었다.
휴지, 세면용품, 수건 모두 없으므로 씻을 건 싹 챙겨가자. 그리고 샤워실에 변기도 같이 있긴 하지만 샤워실이 1개 뿐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을 보려면 옆 건물에 마련된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거기를 쓰는게 좋을 것 같다.
2. 매물도 캠핑장 화장실
화장실은 샤워실 건물 옆 작은 건물에 따로 있다. 이 건물에도
세척실 겸 쓰레기 버리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분리수거 가능.
여자 화장실 내부!
칸막이가 여러개 있으나 실제로 열리는 건 두 칸 정도? 그래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 냄새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후기들 보면 휴지 없다길래 가져갔는데 내가 갔을 땐 누가 버려두고 간건지 한 개 있긴 했음.
3. 매물도 캠핑장 세척실 및 쓰레기 처리
아까 샤워실 건물에 커다란 세척실이 있다. 수세미랑 세제가 있어 가져온 식기를 씻을 수 있고 쓰레기 배출하는 곳이 있다.
위에도 썼듯 세척실은 화장실 건물에도 하나 더 있다.
4. 생필품 구입
배 내린 곳 앞에 있는 당금 구판장에서 캠핑장 이용료 결제 및 간단한 물품(물, 술, 음료수, 얼음, 커피, 과자, 라면, 햄, 햇반, 참치캔, 샴푸 샘플, 휴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 포스팅에도 썼지만 안읽은 분도 계실 것 같아 또 올려봄.
캠핑장 이용료는 1인당 15000원. 카드는 안되고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가능하다.
다만 저녁 일찍 문을 닫기에 필요한게 있으면 미리 사두는게 좋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구판장 주인 아저씨(캠핑장 주인)께 미리 이야기 하면 오후 5시 즈음 3만원에 해산물 모둠을 준비해주신다고 하는데
가격 대비 양이 많진 않아보여 우린 통영 중앙시장에서 회를 미리 사가서 아이스박스 포장해 갔다. 구입기는 지난 포스팅 참고!
통영 매물도 폐교 캠핑장의 전체적인 느낌은
시설이 막 좋진 않지만 그래도 노지 백패킹에 비교하면 아주 편하게 백패킹을 할 수 있다는 것. 서서 봐야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변 풍경이 예쁘다는 것. 하지만 날씨영향을 빼고 보더라도 인터넷 후기에서 극찬한 것처럼 엄청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누군가는 '성지'라고도 표현하던데 그 정도급까진 아닌듯! 내 기준에선 어제의 거류산이 더 좋았다.
하지만 봄, 가을 날씨 좋을 때가면 날씨 버프를 받아 나보다는 더 좋게 느낄 것 같으니 꼭 여름은 피해서 가시길!
다시 구구절절 오늘의 집 이야기
씻고 나와 몸도 마음도 프레시 해지니 비로소 정신이 조금은 돌아오는 것 같다 ㅋㅋㅋㅋ 아니 근데 씻고 돌아왔는데 텐트가 지혼자 순간이동 해 있다?
친구가 나 씻는 사이에 옮겨놓은건가 했는데 그렇다기엔 옮겨간 위치가 니도 내도 아닌 곳 ㅋㅋㅋ알고보니 씻는다고 자리비운 동안 바람에 날려 지 혼자 움직인거다ㅋㅋㅋㅋ 경량 텐트라 2kg밖에 안되니 팩다운 안하면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음....^^
친구왈, 바람에 쓸려 가는 텐트를 이웃 캠퍼 분들이 잡아주셨다고 한다. 고마움에 이웃들을 바라보니 그 분들도 텐트는 햇볕에 쳐 놓고 너무 더운 나머지 식사는 그늘에 가져 와서 하고 계셨다. 역시 한여름 캠핑은 아니구나 싶은데
씻고 각성한 듯한 친구가 그래도 이왕 온거 바닷가 가까운 쪽이 낫지 않겠냐며, 그러나 햇볕이 거세기에 타프 먼저 치는게 낫지 않겠냐고 어필해온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ㅠㅠ이미 사고회로 마비야..니 마음대로 하세요 친구야
다만 지난 번 호명산 잣나무 숲속 캠핑장에서 혼자 타프 치느라 고생했던 알맹이는 '그럼 내가 타프 치는 거 도와줘야 한다'고 협박같은 애원을 했다.
가평 호명산 잣나무 숲속 캠핑장 우중캠핑 :: 백패킹#2
타프 드디어 성공하다
확실히 나보다는 백패킹 고수인 친구가 도와주니 뚝딱 뚝딱 완성되고 텐션도 짱짱하게 산 내 실타프 ㅋㅋㅋㅋ 이게 뭐라고 뿌듯하고 그러냐
실타프에 차광력을 바라지 말라고 했건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있는게 훨씬 낫다. 타프는 백패킹엔 계륵같기도 하지만 우중 캠핑일 때와 여름 땡볕 아래에선 있는게 좋긴 하다.
하지만 타프치니 또 땀나서 다시 그늘로 피신 ㅋㅋㅋㅋㅋ 멀리서 봐도 짱짱하니 참 잘 됐고만! 어차피 땀 흘린거 텐트도 통째로 들고 가서 타프 아래로 옮겨 놨다. 근데 텐트를 피칭하기 전 미처 옆 자리 연두텐트 관상을 미처 못봤으니...
요즘은 백패킹 가면 텐트 피칭 전 옆 자리 텐트 관상(?)을 봐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캠핑족들이 너무 많아져서 비매너 캠퍼들도 그만큼 많아졌기에 미리 관상을 보고 피해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ㅋㅋㅋㅋ
알고보니 연두텐트 분들은 섬으로 낚시를 온 아저씨들 4명이었다. 낮 시간 내내 낚시를 하고 저녁 즈음에야 돌아온 그 분들은 술도 어마어마하게 마시고 밤 12시가 넘어도 토크를 멈추지 않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삼겹살 구워드시며 또 토크 삼매경.
But, 아저씨들 소리 못지 않게 밤새 바람 소리 또한 거샜기에 내가 잘 못잔게 아저씨들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
바닷가 캠핑 음식은 뭐다...?
어쨌든 타프에 텐트 모두 잘 설치했기에 저녁을 먹어보기로 한다. 바닷가 캠핑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회 아닌가여? 회도 바닷가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알쥬?
바닷가 캠핑 음식은 뭐 추천한다구요? 회라구요 회
우리가 갔던 때는 코로나로 인해 얼마 안되는 매물도내 식당마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먹을거리를 다 싸서 갔다. 아이스박스에 얼음포장 해준대로 가지고 가면 여름에도 6시간 이상 싱싱하게 회 보관 가능!
비록 앉아 있으면 바다는 안보이지만 난 착한 사람이라 내 눈에는 보인다치고~ 섬에서 바다소리 들으며 먹는 회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저 사약 같은 검은 액체는 와인이다.
나보단 감성지수 더 높은 친구는 백패킹에 병와인을 챙겨다닌다 ㅋㅋㅋㅋㅋ난 낭만이고 뭐고 무거운건 가방에서 다 빼버리는데 말이다. 물론 와인잔은 없어 사약처럼 마시지만 어차피 입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구요 (우리 엄마인줄..)
맥주 한 캔으로는 부족할 뻔 했는데 친구가 가져온 와인덕에 혈중알콜농도를 쭉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맙다 친구야)
근데 아까부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가 회 세팅할 때부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결국 자리까지 잡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냥아치. 섬엔 냥아치들이 몇 마리 있다. 사람 없이 음식만 두면 냥아치 짓을 한다고 함
쳐다보면 꾸벅꾸벅 조는 척 하는데 잠시 안보면 어느새 점점 더 앞으로 다가와있다 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밤! 다행히 밤엔 바닷바람 솔솔 불어와서 시원하니 기분이 좋아졌지만 모기밥이 되어야 했.... 모기향도 피우고 몸에 기피제도 뿌렸지만 야생모기는 옷을 뚫고 등이랑 엉덩이까지 무는 무서운 놈들이다ㅠㅠ
아마도 먹부림한다고 바빠서 물리는 줄도 몰랐겠지^^
짜파게티도 밖에서 먹으면 100배 더 맛있다.
바람의 딸
매물도 역시 똥바람은 알아줘야 했음. 어제 거의 밤을 새서 오늘은 한동안은 잘 잤는데 텐트를 때리는 펄럭펄럭 소리에 새벽에 잠이 깼다. 나가보니 타프가 바람에 날리며 텐트를 때리는 중
타프 철수할 기력까진 없어서 메인폴대 높이만 최대로 낮춰두고 텐션 조절한 후 들어가서 다시 잤는데 몇 시간 후에 깨보니 폴대는 다 쓰러져 있고 타프천만 줄에 매여 텐트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 잠도 다 깨버려서 한 시간 동안 천천히 타프 줄 감고 팩 뽑으며 이른 정리를 시작했다.
이 때까진 운이 좋아 바람 한 점 없이 백패킹을 했었는데 이번 2박 3일 백패킹은 2일 내내 바람과 함께 하느라 잠을 정말 못잤다. 평소 땐 한 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자는데, 똥바람속 야외 취침은 역시 쉽지 않음
어텐션 백만개
매물도는 장군봉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정말 멋지던데 더위 때문에 트레킹이고 나발이고 엄두 조차 못낸게 많이 아쉽다. 만약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트레킹을 꼭 해보고 싶다. 캠핑장만 보면 그냥저냥이었는데, 운동 싫어하는 나를 운동하게 만들고 싶을 만큼 섬 자체는 예쁜 매물도.
그리고 매물도 백패킹 또는 캠핑을 가실 분이라면 한여름은 꼭 피해서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가세요. 진심 백만개 담고 부탁드립니다 ㅠㅠㅠ한여름에 그늘 없는 곳에서 캠핑하면 큰 일나요 정말. 캠핑에서 날씨는 극복하는게 아닙니다. 피할 수 있음 피하는 거에요 ㅠㅠ
더위에 익을까 봐서 아침 8시 40분 첫 배 타고 도망나왔읍니다.
매물도 안녕!
이번에 더위랑 바람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으면서도 백패킹 그만둔다는 말은 아직 안나오는거보면 아직까진 제정신이 안돌아왔지 싶다. 언제쯤 제정신이 돌아올지 나도 상당히 궁금한 부분
출근하기 싫은 거 보면 정상인 것 같긴 한데, 백패킹 한정 비정상이다. 뭐든간에 사랑에 빠지는 건 참 위험한 일이다.
일기장처럼 구구절절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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