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백패킹 기록_통영 사량도 백패킹 & 사량도 5산 등산
앞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사량도 백패킹 2편
-평소 등산 거의 안하는 저질체력 인간의 사량도 5산 등산 (1코스 : 옥녀봉-가마봉-불모산(달바위)-월암봉-지리산)
<이전 포스팅은 여기!>
#7-1 통영 사량도 백패킹 :: 100대 명산...? 아니, 악산!
-지난 이야기-
술김에 한 약속을 깨지 못해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사량도 5산 등산을 하게 된 알맹이. 40분이 걸려 드디어 첫 봉우리 옥녀봉에 오르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4개 더 있는 거 실화? 그리고 아직 등산 5시간 남은거 실화?
첫 봉우리에 올랐건만
아직 한참 남은 등산거리와 시간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다음 봉우리로 향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저기까지 또 가야한단
현실에 헛웃음만 ㅎㅎㅎ
물론 저 봉우리 뒤 양옆 두 개의 봉우리도 내가 가야 하는 곳 ㅎㅎㅎ
참고로 이 포스팅은 백패킹 일지에 가까우므로
산행코스 및 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포스팅 참고하세여!
통영 사량도 가는 방법 / 종주, 등산, 산행 코스 / 배 시간표 / 옥녀봉
근데 또 눈 앞의 풍경은 너무 예쁘고 난리
눈 앞에 펼쳐진 탁트인 남해바다와
바다 위 목장 같은 양식장 풍경에
내 입은
곡소리와 감탄을 번갈아 내뱉느라
단내가 폴폴
돌산 그 자체였지만 정말 다행이었던건
새로 산 등산화가 바위에 쩍쩍 붙어
장비빨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
(캠프라인 좋아요)
뭐야 이 딴 것도 길이라고 로프 만들어 놓은거야 지금? ㅋㅋㅋ
응 길맞아...
로프가 아니었음 암벽 등반 수준이었던
바위를 로프에 의지해 가까스로 타고 오르니
(진심 장갑 필수!!)
또 다시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출렁다리
토나오는 등산로와 시원한 바다를 교대로 던져주며
나와 밀당 쩌는 사량도 등산코스
출렁다리는 총 두 개인데
어떤 다리를 건너든 간에 이런 뷰를 만날 수 있다.
고소공포증 없는 나는 마냥 신났지만
고소공포증 있는 일행은 풍경은 보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건너야 했던 출렁다리s
진짜 뷰는 제대로 미침
막힌 곳 없이 뻥뻥 뚫린 파란 바다는
봐도봐도 좋긴 하다
두 출렁다리 사이엔 이런 넓은 데크도 있는데 원래 사량도 백패킹 하는 사람들은 출렁다리 앞 이 데크를 많이들 박지로 삼았다고 한다. 근데 현재 이 데크엔 '야영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금지라 되어 있는건 안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 근데 야영금지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난 도저히 여기까지 박배낭 메고는 못왔을 거다 ㅋㅋㅋㅋㅋ 맨 몸으로도 힘든데 여길 15키로짜리 배낭을 메고.....? 못할짓이야 못할 짓
출렁다리에서 잠시 쉬며 사진을 백만장쯤 남기고
다시 길을 가는데...
대체 이런 계단은 왜 만드는 거예요 네???
이건 분명 천국의 계단이다.
이 계단 끝까지 올라가면
난 힘들어 죽어서
천국에 갈거 같으니까...^^
천국의 계단 꼭대기 즈음 가면
드디어(?)
그 공포의 철계단이 나온다.
경사가 70~80도는 되는 듯 했던 철계단
이거 계단 맞아요?
이 정도면 사다리 아니에요?
거의 사다리타듯 올라가는
급경사 계단
올라가는 건 어떻게든 올라가겠는데
내려오진 못 할 것 같아...
10년 전엔 계단이 없어서 사람들이 로프 잡고 올라가다
추락해서 죽기도 했다고;;;
제발 그만해~~~나 너무 무서워~~~이러다 다 죽어!! ㅋㅋㅋㅋ
리더는 우리가 중간에 방전되서
등산불능 상태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중간중간 휴식을 시키고,
거의 강제로 소시지랑 초콜렛을 먹게 했다.
그리고 나처럼 사량도 5산(옥녀봉-가마봉-불모산(달바위)-월암봉-지리산)을 다 탈거라면 물은 1인당 1L는 챙겨가시길!
별생각 없이 500ml 생수 한 병만 챙겨갔는데
등산시간이 6시간 가량 되다보니
여름날씨에 500 한 병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중간에 만난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 아니었음 목말라 힘들뻔...
아이스크림 아저씨 만나기 전까진
목만 살짝 축일 정도로만 조금씩 물을 마시며 겨우 버텼다.
가마봉 이후부턴 사진도 별로 없는 걸 보니
이때부턴 진짜로 힘들어 눈이 뒤집혔었나보다.
얼마나 남았냐 묻는데 아직 반도 안왔다는 절망적인 답이 돌아왔다 ㅋㅋㅋㅋㅋ우리의 리더는 하얀 거짓말 같은건 모른다.
험한 등산로를 이미 몇 번 지나고보니
내 자신을 내려놓은지는 이미 오래.
이런 코스는 그저 헛웃음 한 번 날리고
가방에서 장갑 꺼내 끼고 로프를 잡고
암벽 수준의 바위를 오른다.
대체 어디를 짚고 올라가야할 지 모를 땐
이 아저씨들처럼 네 발로 ㅎㅎㅎ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 역시 얼굴에 지친 기운 한 가득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돼요?"하고 물어오는 분들께
우리의 리더는 "한 3시간 쯤 걸려요"
라며 역시 하얀 거짓말 1도 없는 진솔한 답변을 해주었다.
등산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났다.
바위를 네 발로 기어 올라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어느덧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을 내가 다 넘어왔더라
험한 길은 다 넘어온거라 생각했는데
눈 앞에 나타난 칼바위
이 난간이 없었다면 절대 못갈만큼
좁고 긴 길이었다 ㅠㅠ
예전에 이 난간이 없었을 때는 여기를 지나다 바위 아래로 추락해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난간을 설치한 거라고....ㅎㅎㅎㅎ소오름
칼바위 중간엔 바위가 끊겨서
폴짝 뛰어 건너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인생 하직할 것 같아서 진짜 무서웠다 ㅋㅋㅋ
ㅠㅠㅠ 후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현타가 왔다.
등산 시작 후 4시간 15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를 만났다 ㅠㅠㅠ 감격....
물 500ml로 힘들게 연명하다
아이스크림 아저씨를 발견하자마자
완전 소리지르며 뛰어갔다 ㅋㅋㅋㅋㅋㅋ
한 병에 3000원이나 하는 생수지만
당장 죽을 것 같아
안 살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
우리가 물을 여러 병 사니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바로 컵에 콸콸 따라
준 서비스 막걸리 맛은 잊을 수가 없고
산에서 몇 년째 외로이 장사 중인 아저씨는
우리가 반가웠던지 처음 본 우리에게
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지리산으로 내려가는 우리 코스가 힘들거라며 다른 코스를 이야기 해줘서 우린 지리산 꼭대기만 찍고 다시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근처 임도에서 콜택시를 타고 금평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리고 박지 할 만한 곳도 알려주심 ㅋㅋㅋㅋㅋ 박지 정보는 비공개
막걸리와 물 마시고 마지막 힘까지 짜내서
마지막 산인 지리산까지 왔다.
다른 산은 몰라도 지리산은 꼭 와 봐야한다해서 이 악물고 왔는데 과연 온 보람이 있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지리(망)산. 맑은 날엔 지리산이 보여서 지리망산인데, '망'을 빼고 지리산이라고 부른다 한다.
지리산 찍고 다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가
수고했다며
장사 마치고 남은 막걸리 한 병을 통으로 내어주셨다. 이미 내 다리는 너덜너덜.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어서 막걸리를 보약처럼 원샷 때린 후
의자에 널부러져 있다가
아저씨가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무사히 금평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수협에서 물과 술, 얼음, 냉삼, 만두, 주전부리를 잔뜩 사고, 인근 횟집에서 회와 해산물까지 야무지게 포장해서 박지로 향했다. 6시간 동안 산 탄다고 정말 고생 했따리 ㅠㅠㅠ 이 정도 고생했으면 많이 먹어도 되는 거잖아요
행복이 별거 있나요
힘들게 고생하고 맥주 한 잔에
싱싱한 해산물, 고기 곁들이면 그게 행복이쥬 ㅎㅎㅎ
뱃속으로 끊임 없이 들어가는 술과 음식
너무 기진맥진한 하루를 보낸 덕에
배부르자마자 너무 졸려 텐트로 곧장 슬라이딩
여섯 시간 종주 후의 야외취침은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꿀잠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나의 일곱 번째 백패킹도
무사히 안전하게 끝남
음식 정보 궁금하실까봐 알려드리면
사량도에서 회 포장할때 금평항 쪽에서는
물소리 횟집, 명동 식당 후기가 많이 보였고, 우리는 명동식당에서 회와 해산물 6만원어치 포장했다.
근데 사량도는 크지 않은 섬이다보니
통영시내 식당들 보다 해산물 가격이 비싸다.
해산물은 굳이 사량도에서 사먹지 않고
배타고 통영시내로 나가서 사먹으면 훨씬 더 선택지가 많다.
물, 술, 냉동 삼겹살, 얼음, 햇반, 냉동만두, 과자, 라면 등은 수협에서 사면 된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사량도를 또 가자고 한다면
영원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나같은 초보자들은 부디 1코스(옥녀봉-가마봉-불모산-월암봉-지리산) 말고 좀 더 쉽고 짧은 코스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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