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27
-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김포에서부터 베이징을 경유하여 파리에 도착하게 된 여행 첫 날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부터 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됩니다! 에어차이나 이야기, 루아시버스 타는 곳 등의 정보는 이전 포스팅을 확인해주세요!
이번 편은 큰 내용 없이 일기같은 주저리주저리가 많아요....ㅋㅋ tmi도 많아요...
* * *
제목 그대로 '공포의 미드나잇인파리'의 서막이 시작된다.
(지난 포스트 요약)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난 오후 9시쯤 이미 예약해둔 파리 숙소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루이시버스 덕에 난 오후 9시에서야 겨우 버스를 타게 된다.
샤를드골공항 1터미널에 내렸던 내가, 내린지 3시간이나 지나, 얼떨결에 3터미널에서 루아시버스를 탔다. 20분 간격으로 와야 할 버스가 왜 한 시간이나 더 지나서 온 것인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40~50분 여만 더 가면 버스는 파리 오페라역에 도착한다는 거였다. 예상보단 좀 늦었지만 그래도 저녁 10시쯤 난 숙소에 가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제목처럼 난 자정에서야 숙소에 가까스로 도착하게 되는데..... 버스를 탈 때까진 전혀 몰랐다.
터미널3(T3)에서 출발한 버스는 터미널2(T2), 터미널1(T1)을 차례로 거친 후 시내로 가게 되는데, 한 시간이나 연착한 버스 덕에 터미널에서 터미널로 이동할 때마다 사람들이 가득가득 탔다. 나중에 터미널 1에서 탄 사람은 자리가 없어 오페라역까지 꼼짝없이 서서 가야만 했다. 내가 터미널 1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보였다.
암튼 내가 터미널 3에서 버스를 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데, 잠시 후 어떤 단발머리 아시안 여자가 내 옆에 다가오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인 것 처럼 나에게 엄청 반갑게 인사를 하곤 (자리도 많이 남았는데 굳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건 무슨 신종 소매치기인가 싶어 크로스백 입구를 손으로 슬그머니 잡으려 하는데 나의 황당한 표정을 본 여자가 '아차'하는 표정을 짓더니 미안하다며 내가 자기 친구인 줄 착각했다고 했다.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그 여자애가 인스타로 그 친구가 나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며, 그 친구 사진을 보여줬는데, 친구가 너무 예뻐서 용서해주기로 했다ㅋㅋㅋ
짐찾고, 버스 기다리고 두 시간이나 서 있던게 너무 피곤해서 조용히 쉬며 가고 싶었는데 옆자리 여자가 계속 말을 걸어서 가는 내내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여자애는 파리에서 3년 째 유학 중인 중국인이었는데 자기도 루아시 버스를 엄청 오래 기다리다 겨우 타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다 했더니 오늘 파리 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그런거라 했다. 내가 도착하기 열 몇 시간 전 파리에선 우박이 내렸다고 했다....이 여름에 우박이?? 싶었지만 여자애가 보여준 뉴스기사 사진을 보니 그건 틀림없는 우박이었다. 그 우박이 낮이 되며 비로 바뀌었고 오늘 온종일 비가 내려 교통대란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교통대란은 밤 9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가는 길이 차로 꽉 막혀 차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평소에는 40분이면 도착한다던 오페라역이 2시간 15분이나 걸려 밤 11시 20분에야 겨우 도착했다.
그러니 난 2시간 동안 영어로(....) 중국인 유학생 여자애와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다. 기본의사소통할 정도의 영어는 구사할 수 있는 나지만,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오랫동안 대화하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그래도 그 불편한 시간이 그저 불편하지만은 않았던게 그 덕에 그 유학생으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프렌치 레스토랑부터 브런치 카페, 힙한 중고의류매장, 약국화장품 저렴한 곳, 심지어는 맛있는 한식당, 아시안 식당까지 쫙 추천해줬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중국인 특유의 다정함으로 이것저것 다 짚어주어 파리여행하는 동안 꽤 도움이 됐다ㅎㅎ
추천했던 한식당 이름이 '귀빈', '잔치' 두 곳이었는데 나한테 그 이름들이 한국어로 무슨 뜻이냐 물어봐서 이야기 해주고, 프로듀스101 봤다길래 그 얘기 좀 하다보니 어느덧 도착.........이면 좋겠지만 2시간은 은근히 긴 시간이었다...ㅋㅋㅋㅋㅋ
참으로 다정했던 그 여자애는 자기도 한 번 털린 적이 있다며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이야기부터 내 다음 행선지인 벨기에 이야기까지....ㅋㅋㅋ 덕분에 난 오늘의 영어할당량(?)을 초과달성 할 수 있었다. 느림보 버스가 파리 시내에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 시각은 밤 11시가 넘어 있었고, 그 여자애는 나에게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택시 타고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충고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대화가 끝났다.
유럽에선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데, 거기에다 파리에서 유학중인 사람이 택시타는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니 안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현지에서 할인쿠폰 받으려고 우버는 일부러 인증 안해놓고 왔는데 망했다 싶었다 ㅠㅠㅠ
일반 택시를 밤 11시 가 넘어 혼자 타자니 무섭기만 하고.... 파리와서 끼운 현지유심은 발신은 되지만 수신은 불가라 우버 인증 문자도 안오고 ㅠㅠㅠ 환장
11시 20분에 오페라역 근처에 떨렁 내린 나는 방황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면 20분인데 시간이 너무 늦었고, 우버는 인증이 안되서 못 쓰고, 그냥 택시 타긴 무섭고.... 결국 구글맵을 돌려 버스노선을 알아내서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캐리어 달달 끌고 가는데, 너무 긴장해서 주변 풍경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근데 버스 정류장에 막상 도착하니 숙소 앞까지 가는 버스가 20분은 기다려야 온다는거다...ㅋㅋㅋㅋ 걸어가면 15분인데, 버스타면 30분이 걸리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결정해야 했다. 사람 아무도 없는 이 버스 정류장에서 20분을 기다려야 할지, 전력질주해서 도보로 숙소까지 가야할지. 둘다 무서운 건 똑같았다.
<오페라 가르니에 옆모습>
내가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 앞 건물.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다보니 첨엔 이 건물이 뭔지도 몰랐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건물치곤 지나치게 예쁘다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오페라 가르니에였다.
그리고 작년 파리여행 때 난 오페라 가르니에에 다녀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내 파리 최애장소였음. 극도의 긴장은 아는 곳 조차 몰라보게 한다는.....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혹시 혼자여행가는 여자분이 이 포스팅을 보고 겁먹을까봐 말하는데 파리는 생각보다 무서운 곳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단 더 좋은 곳이다. 내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 그리 느꼈을 뿐이다.
결국 걸어가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20분을 기다리는 것도 만만치 않게 무서울 것 같았기 때문에.
먼저 구글맵으로 동선을 파악한 후 가는 길을 모두 외우려고 노력했다. 어리버리 하다간 표적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자정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한 손엔 무거운 캐리어를 쥐고, 등엔 묵직한 백팩, 앞엔 크로스백을 맨 채로 시작하는 공포의 미드나잇인파리. 내가 본 영화 미드나잇인파리는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데 난 이게 뭐냐규 ㅋㅋㅋㅋㅋㅋㅋ
난 여기가 처음이 아니라는듯 최대한 평온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그러나 발걸음은 경보선수 뺨치는 속도로 인도를 질주했다. 도로를 건널 땐 한시도 지체하지 않겠다는듯, 그 무거운 캐리어를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해가며 라파예트 옆길을 주파했다. 누가 그런 날 봤다면 얼마나 웃겼을까ㅋㅋㅋㅋ
다행히도 가는 길에 위험할 만한 상황은 만나지 못했다. 아마 내 겁이 너무 과했던 걸지도...
<작은 2성급 호텔이었지만 안락했던 파리 숙소>
이번 여행 20일을 통틀어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실제론 20분이었지만, 나에겐 억겁과 같이 느껴졌던 그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정확히 미드나잇(....)에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24시간 리셉션인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반갑게 맞아주던 리셉션 오빠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아까 중국인 유학생과 대화하며 영어할당량을 다 채운 나였지만,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체크인하면서 리셉션 오빠에게 방언을 마구마구 쏟아냈다. 그랬더니 스윗한 말투로 오늘 날씨도 너무 안좋았고, 몽파르나스 인근에서 큰 불이 나서 교통이 마비됐었다며, 토닥토닥해줬다 ㅠㅠㅠ
<영화속에 나올 것 같은 숙소 계단. 하지만 난 엘리베이터만 이용할테다>
방에 들어오니 모든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파리에 내린지 6시간 만에 도착한 숙소라 그런지 숙소가 더 맘에 든다...ㅋㅋㅋ
이 지친 와중에 블로거인 척 해보려고 방 사진을 찍는 날 보니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씻는 것도 귀찮아서 침대에 벌렁 누워 한참 있다 새벽 세시는 되어 잠이 든 것 같다.
<블로거 정신 갑. 나중에 포스팅하려고 찍어놓은 까르네 티켓. 근데 사진을 어따써? ㅋㅋㅋ>
내일은 지베르니, 몽생미셸 투어를 하는 날!!
험난 했던 오늘은 액땜이겠거니
내일은 행운의 요정, 날씨 요정이 오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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