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캠핑 알맹

#1 장봉도로 떠난 첫 백패킹 후기 :: 백패킹?! 어땠어?

알맹e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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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나랑 맞을까?

장봉도로 떠난 첫 백패킹 후기

"주말인데 뭐했어?"

   -"백패킹 다녀왔어."

"백패킹? 우와 멋있다! 어땠어?"

   -"어땠냐면 말이지..."

 

  백패킹을 강추하며 나를 찔러대던 친구의 말빨 공격에도 "나랑 맞을지 확신이 없다."며 철벽으로 일관하던 나. 그러나 어느 저녁 혼술을 하다 불현듯 "백패킹? 그까이꺼 한 번 해보지 머!"란 생각이 아무 개연성도 없이 스치고.... 약 한달여를 이런저런 장비구입을 하며 보내다 지난 주 금토 1박 2일 드디어 첫 백패킹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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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굴업도가 나의 첫 백패킹 박지가 될 예정이었으나....지난 주 주말은 장마의 위협이 예정되어 있었고, 매일매일 기상예보를 확인할 때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비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굴업도를 포기했다ㅠㅠㅠ 대신 손쉽게 갈 수 있는 인천의 장봉도로 방향을 변경했고, 악천후를 피해 출발일도 금요일로 하루 앞당겼다.

 

 

트레킹 시작 직후의 모습

 

그래서 첫 백패킹은 어땠는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고생은 했지만 좋았다. 그래서 두 번째 백패킹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 글에선 첫 백패킹을 통해 느꼈던 백패킹의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 그 밖에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써보려고 한다. 아래를 쭉 읽으시다 보면 '엥??? 좋았다면서 뭐 이래???' 이러실 것 같은데 '백패킹 is 고생'. 고생을 즐길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나랑은 안맞는 것.

 

 

 

이렇게만 가져가고 싶었다. But, 현실은....? (준비물편 포스팅에서 공개예정)

 

 

1. 여름에 백패킹이요......?

 

괜히 봄, 가을이 캠핑철인게 아니다.

그렇다. 나의 첫 백패킹은 7월 초.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기에 좋은 기상 조건은 아니다. 사실 더운 날씨 때문에 해변에서만 머물러야 할지, 덥긴 하지만 산에 있는 전망대도 한번 가보는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결론은 이왕 간김에 전망대도 가보자였고, 예견된 고생길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펼쳐졌다...^^ 

 

 

 

해안둘레길 초입. 아직은 웃음이 나올 무렵...^^

 

 

14kg 배낭을 매고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수풀&흙&계단&바위길 콤보 해안둘레길을 1시간 20분여 트레킹하는 것도 힘든데, 이 상태에서 더위 버프.....아니 더위 저주까지 내려지면 왠만한 사람은 지치지 않을 수가 없다. 덥지, 습하지, 게다가 그날따라 바람 한 점 없더라...

 

 

 

너무 힘들어 가는 길 사진은 거의 이게 다다. 이 정도 길은 양호한 축에 들었다.

 

목적지인 전망대에 도착하니 온몸은 땀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얼굴은 빨개지고, 레깅스와 양말에는 흙자국이 아주 ㅋㅋㅋㅋ 물론 이 상태에서 다음 날까지 샤워를 할 수 없다.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이럴걸 예견하고도 간 것이니 후회는 없다. 첫 경험이 이랬으니 아마 다음 번엔 어딜 가도 이보단 안힘드리. 난 힘들긴 해도 감내가 가능했는데, 이런 식의 여행&캠핑을 생전 안해봤다면 하드코어가 될 수도 있다. 

 

+여름은 모기 및 벌레와의 전쟁이니 모기향, 몸에 뿌리는 모기 기피제 등을 꼭 챙겨가시길! 빛을 보고 달려드는 날벌레, 내 땀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모기를 막기 위해 텐트 문은 항상 잘 닫아놓자. 무심코 열어놓은 텐트문은 괴로운 밤으로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땀범벅인채 서서 보는 바다. 흐려서 일몰은 못봤다

2. 등산스틱은 멋으로 드는게 아니다. 살려고 드는 것이다.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도 등산스틱을 들고 오시는 분들을 보며, 뭘 이런 산에 오며 등산스틱까지.... 라고 했던 과거의 무식했던 나를 반성한다. 등산스틱은 멋으로 드는게 아니다. 살려고 드는 것이다.

 

위 1번에서 썼던 전망대 가는 해안둘레길에서 등산스틱이 없었다면 난 아마도 포기하고 말았을거다 ㅠㅠㅠ 등에 10kg가 넘는 짐을 지고 가려면 산이 아니어도 등산스틱은 필수라는 의견이 다수기에 저렴한 걸로 하나 샀는데 완전 잘 썼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르막길에서도 유용하지만 특히 내리막에서 빛을 발휘한다. 그리고 등산스틱을 쓰니 다음 날 허벅지, 종아리가 확실히 덜 아픈걸 느낄 수 있었음!

 

백패킹을 하다보면 등에 맨 짐의 무게 때문에 발목을 접지르기도 쉽고, 무릎에 가는 충격이 더 크다. 특히 돌길이나 언덕을 오르다 휘청하기라도 하면 무게 중심이 뒤로 가기 쉬워 미끌어지거나 넘어지기도 더 쉬우므로 등산스틱은 꼭 장만해서 가시길 추천! 내 몸은 소중하니까요

 

 

 

다 식은 햇반과 스팸. 최고의 만찬

 

3. 스팸과 햇반이 세상 최고의 음식이 된다

 

여름날씨에 등짐지고 트레킹 하느라 녹초가 된 상태에서 먹었던 스팸과 햇반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쪼그리고 앉아 다른 반찬 없이 스팸이랑 햇반만 먹는게 이렇게도 맛있을 일이야? ㅋㅋㅋㅋㅋ

 

 

 

이건 다음 날 아침. 소박한데 맛있는 이상한 현상

 

물론 스팸은 평소에 먹어도 맛은 있지만, 그저 반찬없을 때 간단하게 때우던 평범한 인스턴트일 뿐이었는데 이날 땀을 흠뻑 쏟고난 후 완전 허기진 상태에서 먹는 스팸은 유명 맛집 저리가라였다. 이순간 만큼은 스팸이 왠만한 고급 음식 부럽지 않았다고 한다.

 

햇반 역시 렌지에 데운지 1시간 반은 지나 식어 있었음에도 밥에서 꿀맛이 나....ㅋㅋㅋㅋㅋ식은 밥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ㅋㅋㅋㅋㅋ 백패킹의 묘미 중 하나는 이런건가 싶다. 어떤 음식이던 엄청 맛있어진다.

 

 

안시원한데 시원했던 맥주

 

4. 안시원한데 시원해

마트에서 사간 맥주와 막걸리는 더위 속 1시간 20분여의 트레킹 동안 미지근하게 식어갔다. 하지만 고생 후 갈증 해소 겸 한 입 맛보는 순간, 마치 방금 냉장고 속에서 꺼내온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분명 뇌의 착각인게 분명했지만 말이다.

 

물론 보냉기능 되는 디팩 등에 넣어간다면 좀 더 시원하게 마실 수는 있다. 난 그렇게 안했지만.

 

 

안시원한데 시원했던 막걸리. 안주는 햇반&스팸

 

 

5. 못씻고, 못싸고 - 로션이 뭐에요?

 

회사에서 바로 출발해야하니 화장 지울 클렌징 티슈랑, 바를 로션을 소분해서 챙겨갔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도 샤워는 못했으나(the love), 참을 수 없는 찝찝함에 티슈로 얼굴화장은 지워냈는데, 로션은 꺼내보지도 않았다 ㅋㅋㅋㅋㅋ 굳이 꺼내서 바르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달까. 그냥 안바르고 싶었어...

 

 

내 텐트. 쓰레기는 모조리 쓰봉에 담아옵시다.
텐트로 모기가 들어와 임시 방역중

 

 

그리고 싸는 문제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자연과 인사하거나, 응고제가 든 휴대용 소변봉투를 챙겨다닌다. 어쨌든 쌀 수는 있으니(?) 못 싸는 건 아니지만 불편하게 싸야한다. 근데 싸는 문제는 몽골에서 훨씬 심한 경우도 많이 겪어서 면역이 되어 있어 나에게는 데미지 0이었다는 사실. (그게 자랑이니...? ㅋㅋㅋ)

 

어쨌든 싸는건, 지사제를 먹어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크게 곤란하진 않다. 조금 불편할 뿐. 씻는 것도 뭐....이 날 만큼은 나를 조금 내려놓으면 마음 편하다.

 

 

이것이 휴대용 소변봉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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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 나 뿐인 느낌이 좋아 모든 걸 덮는다

 

5번까지 잘 읽어주신 분들은.....아니, 이런데도 백패킹을 또 하겠다고? 싶으실 것 같다. 근데 지금 쓰는 6번으로 인해 모든 고생을 상쇄할 만한 버프가 생긴다.

 

백패킹의 과정은 고생과 불편함이 수반되지만, 고생 후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 고생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도시는 주말엔 어딜 가나 사람 지옥에 시달려야 하고, 동네 뒷산을 가도 사람을 마주치는데, 여기선 배위, 배에서 내려 둘레길 진입 전, 후로만 사람들을 봤지 둘레길 진입후부턴 트레킹하는 내내 다른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등산로에서 보이는 풍경
실제 풍경이 사진 보다 낫다

 

 

자연 속에 나뿐인 그 느낌. 핀란드 북극권 여행 때 눈길 트레킹 했던 이후로 처음 느껴봤다. 물론 주말에 유명한 백패킹 장소들은 다른 백팩커들을 마주칠 수 밖에 없겠지만 나의 첫 백패킹은 운좋게도 고요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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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서 잘 때는 가구와 핸드폰 알람, 벽을 보며 눈을 떠 화장실 문을 가장 먼저 열게 되는데, 백패킹을 오면 아침에 새소리에 눈을 떠 텐트 문을 열면 가장 처음 보는 풍경이 평화로운 자연이라는게 너무 좋았다. 텐트 문을 열자 마자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바다는 야외취침, 씻지 못한 몸의 찝찝함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다.

 

난 평소 여행 다닐 때도 대도시형 여행지보다는 자연형 여행지를 좋아했던지라 백패킹도 잘 맞았던 것 같다.

 

 

해안둘레길 트레킹 중간중간 나오는 쉼터

 

7. 지르고 싶다

 

뭔가를 배워갈 수록 점점 더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나? 이 말과는 다르지만 나도 다녀와서 부족함을 느꼈다. 내 부족함 보다는 장비의 부족함을 말이지ㅋㅋㅋㅋㅋ

 

이래서 캠핑을 개미지옥이라 하나보다. 필수품은 다 샀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더 사고 싶어진다. 그런데 백패킹 용품은 경량화된 장비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착하지도 않다. 다행히 지금까진 남들보다 가성비 좋게 용품들을 맞춰왔는데.... 여기서 더 지르는 순간 가성비는 개나 줘야 할듯하다.

 

 

캠핑끝나고 바로 간 캠핑샵.

 

 

아아아아 여름에 백패킹 하려면 타프....타프 사고 싶다. 베개....텐트에서 꿀 취침 가능한 경량 에어 베개도 사고 싶다아아아아아

 

 

장봉도 안녕

 

8. 장봉도 백패킹을 가신다면...

장봉도 백패킹으로 검색해서 오신 분들을 위해 장봉도에 대한 부분도 남겨보려고 하는데 분량상 별도의 포스팅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이 포스팅 다음에 올라갈 것이므로 다음 포스팅으로 와주세요!

 

 

 

 

 

이상으로 첫 백패킹 후기를 남겨보았습니다. 쓰고 보니 또 길어졌네요. 요약하면 고생은 좀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저랑은 비교적 잘 맞는 것 같았단 소리 ㅎㅎ  그리고 첫 박지가 섬이었던지라 섬 백패킹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인천 굴업도, 제주도 비양도, 대관령 선자령도 언젠간 꼭 가보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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