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29 (일)
19박20일 혼자 떠난 유럽여행 DAY 3
▶게으른 자의 타임슬립
파리 북역→프렌치 레스토랑 저녁식사→저녁 산책→마르스 광장 에펠탑 야경
앞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 * *
날씨요정의 축복을 받아 한창 푹푹찔 8월이지만, 봄가을 날씨같았던 적당히 따뜻하고 선선했던 파리. 이제 막 저녁 10시가 된 파리는 아직도 해질녘이다.
겨울이었음 5시부터 이미 이 정도였겠지만 여름엔 저녁 10시가 되어도 이렇다.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해지려면 거의 11시에 가까워져야 할만큼 여름 파리여행은 낮이 참 길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는데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오니 꼭 영화 미드나잇인파리의 포스터 같기도 했던 파리.
작년 1월에 왔을 때는 한겨울이었기에 종일 흐리고 비오고, 해도 일찍 져 버려서 저녁 10시의 이런 여유로운 산책은 꿈도 꾸지 못했었는데, 여름에 여행오니 참 좋네 ㅎㅎ 유럽 여행 겨울vs여름 이면 당연히 여름승! 물론 봄은 여름과 겨울 뒤에서 말없이 웃고 있겠지. 하지만 보통 직장인이 봄에 휴가 내기란....흠 그러니 나에겐 여름이 최선. 세느강변에 돗자리 깔고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돗자리 가져올걸
노트르담 대성당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세느강 다리를 향해 걷는 중. 서양인들의 테라스 사랑이란 징그러울 정도이다. 내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본 서양인들은 폭염이 오건말건 지나가는 차가 바로 앞에서 매연을 뿜어대건 말건 테라스바라기다. 테라스 자리가 있는 식당에 가면 내부는 텅텅 비었는데 테라스만 미어터지는 경우가 참 흔할 지경. 그래도 오늘같은 선선한 날씨엔 테라스가 좋지 ㅎㅎ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한 가운데선 버스킹이 한창이다. 겨울엔 추워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잘 없던데, 여름엔 유럽 어딜가나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도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다리 난간에 기대 한참 음악을 듣다 상자 안에 팁을 남기고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음악 듣다 세느강 한 번 보고, 또 음악 듣다 길 가는 사람 한 번 보고.. 이런 여유가 참 좋다. 비록 오후 3시 반까지 늦잠은 쳐 잤지만 말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내가 기대하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엉덩이(!)가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진 모르겠지만 난 노트르담의 앞모습보단 뒷모습이 훨씬 좋다. 그래서 일부러 구글맵을 보며 성당 뒷편이 나오는 쪽으로 걸어왔다. 이번에 스냅 찍을 때는 노트르담 뒷모습이 보이는 다리 위에서 노을 스냅을 찍고 싶었는데, 시간상 동선이 안되어서 성사되지 못했다.
때마침 옆을 지나가는 유람선이 꼭 그림같다. 예쁜 노트르담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지나가는 유람선에 손을 흔들며 관광객 코스프레 중. 이런 아름다운 곳이 올해 4월 그렇게 허망하게 불타버릴 줄이야. 4월에 뉴스를 보고는 우리나라 일이 아님에도 왠지 모를 착찹함을 느꼈다. 하필 앞 부분은 비교적 멀쩡한데 뒷부분이 타버렸다고 하니 뒷모습을 좋아하던 나로선 더 그랬을지도.
파리에서 열심히 복구 중이라고 하니 다음 번에 파리에 갈 때는 사진 속 모습을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세 번째로 파리를 간다면 아마도 엄마와 함께 갈 것 같은데, 엄마가 꼭 사진 속 이 모습을 함께 봤으면 좋겠다. "엄마,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훨씬 예쁜 것 같지 않아?" 하면서
기념 셀카를 남기고선 마르스 광장(샹드막스 공원)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속 이동중
가는 길에 예쁜 상점을 만나면 구경도 해가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역에 도착. 서울만큼, 어쩌면 서울보다 더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을 가진 파리에선 지하철만 타면 못 갈 곳이 없다. 물론 나는 풍경이 보이는 버스를 선호하지만 오늘은 이미 저녁이 늦어서 후딱 갔다 오려고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10호선 Maubert - Mutualité역에서 Boulogne방면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샹드막스 광장(마르스 광장)까지 갈 수 있다.
역시나 에어컨 따윈 없는 파리 지하철. 에어컨이 없어서인지 이렇게 창문 열어놓고 주행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열린 창문. 지하철이 달릴 때 저 창문으로 바람이 슝슝 들어와서 시원하다. 물론 먼지도 함께 먹겠지만?^^
이땐 날씨가 좋아서 덥진 않았지만 한창 더울 땐 지하철 내부가 어떨지 모르겠다. 다들 알겠지만 지하철 탈 때, 내릴 때 문도 내가 손으로 직접 열고 타거나 내려야 한다. 자동문 그런건 없음. (물론 최근에 만들어진 지하철은 자동문 지하철도 있긴 함)
12분 정도를 달려 La Motte-Picquet – Grenelle 역에서 내림. 여기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내 눈앞에 나타날 예정인 에펠탑. 때마침 개봉중이었던 미션임파서블 폴아웃. 난 이미 한국에서 보고 왔는데, 마침 이 시리즈엔 파리가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파리에서 찍은 영화 포스터를 파리에서 보니 반가워서 한 컷!
영화에선 톰아저씨가 (실제로는 자동차 통행량 장난아닌) 개선문을 뺑뺑 돌면서 오토바이 역주행을 하고, (평소엔 전혀 가능하지 않은) 사람 1도 없는 사이요궁에서 접선하고 한다. 개선문씬이랑 사이요궁씬은 말도 안되네 하며 허허 웃으면서 봤지만
그 외에 나왔던 생마르탱 운하, 팔레 후와얄, 그랑 팔레 같은 곳은 예뻐 보여서 이번 여행에서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정신 나간 나년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 놓침^^ 특히 톰아저씨와 일사가 만났던 팔레 후와얄 정원 꼭 가보고 싶었는데 ㅠㅠ 담에 엄마랑 오자^^ 그땐 노트르담도 보고 팔레 후아얄도 보고 하는걸로! 엄마도 톰크루즈 잘생겼다고 좋아하니까 촬영지 데려가면 좋아하실듯
잘 생긴 톰아저씨 생각......아니,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10분쯤 걷다보니 저멀리 반가운 아이가 빼꼼 보인다. 내 비록 늦잠은 잤어도 넌 보고 가야지.
공원으로 들어서는 길. 에펠탑을 정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는 지금 내가 와 있는 마르스 광장, 그리고 사이요궁이있는데, 사이요궁 뷰는 작년에 봐서 올해엔 마르스 광장으로 왔다. 나야 게을러서 한 여행에 한 군데씩 왔지만 부지런한 한국 분들은 사이요궁, 마르스 광장 둘다 가시더라. 많이 보면 좋지예.
마르스 광장은 워낙에 커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직 초입인데도 엄청나게 크게 보이는 에펠탑. 좀 있으면 11시 정각 점등식할 시간이라 빠른 걸음으로 앞쪽으로 걸어가본다. 이미 자리잡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광장이 워낙 커서 못 앉을 걱정은 없다.
돗자리도 안가져와서 A4용지 깔고 잔디밭에 앉음. 내가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앉자마자 타이밍 맞춘 듯 바로 시작되는 점등식. 매시 정각 반짝인다. 언제 봐도 황홀한 점등식 모습. 뭐에 홀린듯 보게 된다. 작년엔 에펠탑 보이는 숙소를 잡아 여행했어서 숙소 창가에 앉아 꼬박꼬박 봤던 점등식을 코 앞에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작년 유럽여행 포스팅>
두 번째 유럽여행 시작:: 인천에서 파리로 (아시아나 OZ501 후기, 기내식)
사진도 열심히 찍으며 즐기다보니 어느덧 점등식 끝나벌임. 이제서야 주위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온다. 윽, 내 주변에 술먹고 술기운에 고성이 오가는 한국인 대학생팀도 있다. 이야기 듣건데 한인민박에서 만나 조인한 느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단체로 술먹고 목소리 커지는거 딱 싫음. 바로 귀에 이어폰 꽂았다.
혼자 앉아서 계속 에펠탑 바라보다 조금 심심해져서 삼각대 세워놓고 에펠탑 사진 찍기 몰두. 폰으로도 찍어보고 미러리스 수동모드로도 찍어보고 이때 찍은 에펠탑 사진만 수백장 될 지경ㅎㅎ 이렇게 사진찍고 있는데, 누가 내 앞에 와서 "언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어제 몽생미셸 투어 같은 팀이었던 대학생 3인방 중 한 명이다. 헤어진지 불과 하루도 안되서 반갑게도 에펠탑 앞에서 또 마주쳤다.
아니 이 깜깜한데서 나인줄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혼자 온 사람인데 삼각대 세워 놓고 사진 찍는 모습'이 왠지 나인 것 같았다고 ㅋㅋㅋㅋ 투어 때 내가 삼각대를 좀 많이 쓰긴 했지 ㅎㅎ
반갑게 인사하고, 오늘은 어디어디 여행했는지를 얘기했는데 이 세명은 새벽 세시에 숙소에 갔음에도 오전에 일어나 몽마르뜨를 다녀왔다고 한다. 게다가 몽마르뜨에서 같은 투어팀이었던 아버지와 딸 여행팀이랑 마주쳤다고 한다.
그런거였어...나빼곤 다 일찍 일어난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 겨우겨우 돌린 긍정회로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ㅎㅎㅎ
<지베르니&몽생미셸 투어 포스팅>
혼자유럽여행 :: 지베르니&일행 이야기(소니 미러리스 a5100 ver.)
프랑스 여행지 ::싱그러운 여름의 지베르니, 힐링 그 자체 (폰카ver.)
무너질 멘탈이 더는 없기에 황급히 그들을 보내고 다시 '자발적인' 혼자가 되었다.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맥주 사라, 열쇠고리 사라 하는 흑오빠들은 "어제 샀다"는 뻥으로 물리치고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길쭉한 형체가 내 앞에 멈춰선다. 느낌상 장사하는 흑오빠들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혼자 온 외국인 남자가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사진 부탁을 했다.
옳다거니, 찍어주고 내 사진도 좀 부탁하자 하고 내 갠역시9+를 건냈다. 근데 찰칵찰칵 찍어주던 외국 오빠가 갑자기 연신 감탄을 하며 "니 핸드폰 카메라 진짜 좋다!! 화질 장난 아닌데? 혹시 괜찮으면 니 카메라로 나 찍어서 내 사진 이메일로 좀 보내줄 수 있어?" 하며 작업인지 진짜인지 헷갈리게 하는 멘트를 날려왔다.
'(두근두근)이건 설마 그린라이트?'
는 무슨...........ㅋㅋㅋㅋㅋㅋ그는 정말로 내 갠역시 카메라가 좋았던 것이었다. 자기한테 메일이 도착했는지 꼼꼼히 확인까지 마치고선 쿨하게 인사하며 돌아가더라. 그래 어차피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
3분 간의 설렘을 추억으로 간직한채 그 다음 점등식까지 진득하니 보고 무려 두 시간 반 정도를 앉아 있다 밤 12시가 넘어 광장을 떠났다. 그래, 늦잠은 잤지만 행복했으면 됐지뭐
마지막으로 에펠탑 타입랩스를 남기고 숙소로 고고
밤 12시가 넘으니 에펠탑에서 멀어질수록 인적이 드물어졌다. 지하철도 거의 텅텅 비어 쬐끔 무서울 뻔 했으나, 앞에서도 여러번 썼듯 오늘 하루 더 이상 털린 멘탈은 없기에 더이상 무슨 일이 있겠냐 싶어 태연한 척 하며 숙소로 향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던 유대교 회관? 앞에서 남긴 그림자샷으로 오늘은 끝. 내일은 아침 일찍 스냅촬영이 있으니 팩 하나 하고 얼른 자야겠다. 오늘 이렇게 푹 잤으니 설마 내일은 일찍 일어나겠지?^^ 내일도 늦잠 잘거면 진짜 영원히 자라 너 (섬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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